김종화기자
최대열기자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최대열 기자] 신발 제조업체 A사는 위약금 50만달러를 물게 될 처지에 놓였다. 국내에서 베트남으로 원료를 보내 현지에서 신발을 생산,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원료를 보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미국 바이어와 함께 정한 납기를 제때 맞추지 못하면 위약금을 줘야 한다.
철도부품을 만드는 B사는 중국에서 들여온 화물을 인천항에서 반출하지 못해 생산라인을 멈추게 생겼다. 라인가동이 중단되면 손실이 수십억원가량으로 늘어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화물연대(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파업이 9일로 사흘째를 맞으면서 기업과 일선 현장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주요 제조업마다 국내외 공급망이 촘촘히 얽혀있는데, 조합원을 중심으로 한 운송거부로 유기적 흐름이 끊겼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번 파업 이후 애로사항을 접수한 결과 전일 기준 112건이 접수됐다. 수출기업 가운데서는 위약금이 생겼다거나 납품지연이 발생했다는 곳이 많았다. 수입업체 중에는 원자재 조달이 차질을 빚는다거나 물류비 증가, 생산중단 등을 곤란해 했다. 화학제품 유통업체 C사는 배송이 늦어진 탓에 항공운송으로 전환하면서 비용이 늘어났다. 여기에 이번 물류중단으로 체선료·보관비용까지 추가돼 물류비 부담이 급증했다. 수출선박을 못구해 속앓이를 하던 D사는 오랜 기다림 끝에 미국행 배편을 확보했는데 이번 파업으로 물건을 못 싣고 있다.
대기업도 피해가 사정권에 들어섰다. 예고된 파업인 만큼 미리 재고물량을 확보하거나 대체수단 등을 통해 물류적체를 해소하고 있으나 파업이 중장기화될 경우 해법이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다. 한국타이어는 평소에 견줘 절반을 조금 웃도는 물량을 출하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화물연대 출정식이 이 회사 대전공장에서 열리면서 해외로 수출하는 컨테이너 물량 전체가 발이 묶였다. 금산공장에서는 일부 물량이 나가기는 했지만 전체를 따졌을 경우 평소의 절반이 안되는 수준이었다.
철강·석화업종은 원료수급이나 물류상황에 따라 임의로 공정을 멈췄다 세우는 게 불가능하다. 자동차업종 역시 수만개 부품을 유기적으로 수급해 조립해가는 공정이라 한두 곳에서만 문제가 생겨도 전체 신차 생산라인이 멈춰설 수밖에 없다.
시멘트·레미콘업계의 피해도 확산일로다. 이날 현재 수도권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시멘트 출하가 전면 중단되면서 가동을 멈추는 레미콘 공장도 늘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전날까지 미출하된 시멘트로 인한 손실규모가 30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파업으로 인한 출하 중단으로 생산된 물량이 계속 재고로 쌓이면서 재고량이 한계에 달해 생산물량을 조정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레미콘업계는 아예 공장 가동을 멈췄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오늘 오전 수도권의 레미콘 공장 절반이 가동을 멈췄다"면서 "내일이면 수도권의 레미콘 공장 전체가 가동을 멈추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운송 방해 등의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충남 서산에서는 전날 오후 6시35분께 대산석유화학단지 한화토탈 후문 인근에서 화물연대 조합원 6명이 화물차 출입을 방해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광주에서도 같은 날 오전 8시 45분께 자신의 화물차로 광산구 진곡산업단지 공영차고지 입구를 막아 비조합원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입·출차를 방해한 조합원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광주와 전남에서 총파업에 참여한 화물연대 조합원이 경찰에 연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