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못 말리는 ‘소음 집회’…강남구청 민원 봇물 터졌다

강남구청에 소음민원 봇물터진 이유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판매연대지회의 농성이 장기화하면서 인근 직장인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 지회는 지난달 3일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길가에는 ‘현대자동차 송산대리점 고용승계 하라’ ‘노동조합 가입했다고 한 가정의 가장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말이냐’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 20여 개가 줄지어 걸려 있고 노래도 흘러나오고 있다. 대치동 소재 오토웨이타워 8층에 근무하는 백모씨는 "더위가 시작되는 지금 같은 계절에는 창문을 열고 업무를 봐야 하는데 소음 때문에 창문을 열 수 없는 상황"이라며 "돌발성 난청으로 장기간 진료를 받았는데 병이 재발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고 밝혔다. 직장인 김모씨도 "경찰 신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조치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집회 시위와 확성기 사용에 대한 제한을 바란다"고 말했다. 엄모씨도 "어느 순간부터 출퇴근 길이 매일매일 고통의 시간"이라며 "출퇴근을 하면서 매일 고통받고 있지만 단 한 번도 구청이나 경찰이 살펴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남구청은 소음과 관련한 민원이 잇따르자 지난달 20일과 27일 서울 수서경찰서 경비과에 ‘집회 민원 쇄도’ 관련 협조 공문을 보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구청에 민원이 동시다발적으로 너무 많이 들어와 수서경찰서에 공문을 보냈다"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관리하는 주무부처가 경찰청이다 보니 구청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농성장의 소음을 측정해도 기준치 이하로 나온다. 이보다 높게 나와도 과태료를 부과하지는 않고 계도하는 선에서 마무리한다"면서 "기준치 자체의 소음이 주민들에게는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법에 명시된 소음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주거지와 학교 등 지역의 기준 소음은 주간 65㏈ 이하, 야간 60㏈ 이하이며 그 밖의 지역은 주간 75㏈ 이하, 야간 65㏈ 이하다. 이를 초과하면 과태료 등을 부과한다. 대한청각학회는 "보통 75㏈ 이하의 소리는 난청을 유발하지 않는다"면서 "사무실이나 대화 환경이 60㏈ 정도이며 버스, 지하철, 식당 내의 소음이 80㏈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행 집시법은 소리의 크기만 규정돼 있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소음에 대한 피해 발생의 문제, 소음 기준 이내에서 발생하는 순간적인 높은 소음의 문제, 야간 옥외집회로 인한 소음문제 등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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