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후 받은 처분 '교내봉사 3시간'…'촉법소년' 현주소는

화장실 뒤따라가 동창생 불법촬영한 6학년 A군 '교내봉사 3시간' 처분
촉법소년 A군, 가정법원 넘겨질 예정…'관련 법 자체 문제 있다' 지적
소년범죄 증가·저연령화 추세 감지
"엄벌 통해 해소될 수 있는 것 아냐" 반박도
"'처벌' 목적보다는 '전과 두려움' 통한 예방 효과 있다" 주장도

여자 화장실에 뒤따라가 같은 학교 여학생을 불법촬영한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에게 '교내봉사 3시간' 처분이 내려져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촉법소년 제도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같은 학교 여학생을 불법촬영한 초등학생에게 교내봉사 3시간의 처분이 내려진 것이 알려지면서 촉법소년 제도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소년범 중 촉법소년 비중이 증가하고, 소년범죄의 저연령화가 감지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촉법소년 제도가 똑같이 유지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따른다.

지난 24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 A군은 경기도 광명시의 한 학원 여자 화장실에 몰래 따라 들어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B양을 불법촬영했다가 적발돼 교내봉사 3시간 처분을 받았다. 사건 당일 학원 내부 폐쇄회로(CC)TV에는 모자를 뒤집어쓴 채 여자 화장실 앞을 서성이다 B양이 화장실로 들어가자 주변을 살피고 뒤따라 들어가는 A군의 모습이 담겼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학폭위)에서 A군에게 내린 처분은 교내봉사 3시간으로, 학폭위는 초범이란 점을 고려해 이 같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교육지원청도 "어리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B양의 어머니는 "경찰로부터 휴대전화에서 다른 사람 사진도 나왔다고 들었다"며 "학폭위에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처분 수위에 관해 공분하는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이날 광명 지역 맘카페에는 '3시간 청소하고 말지, 이런 생각만 하게 될 것인데 걱정이다. 선도의 개념이 없어 보인다', '일주일도 아니고 3일도 아니고 교내 봉사 3시간이라니', '초범이 아닌 것 같은데 왜 초범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아이랑 어떻게 같은 학교를 보내나' 등 A군에게 내려진 처분을 비판하는 내용의 게시글이 잇따랐다.

한편 경기 광명경찰서는 A군이 촉법소년인 만큼 사건을 조만간 가정법원으로 넘길 예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촉법소년 관련 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소년의 계도를 목적으로 하는 소년법이 오히려 합당한 처벌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광명경찰서는 촉법소년인 A군의 사건을 조만간 가정법원으로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촉법소년 관련 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연합뉴스

촉법소년은 범법 행위를 저지른 10세 이상부터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뜻한다. 이들은 형사 미성년자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책임 능력이 없어 형사감호위탁·사회봉사·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가장 무거운 처분인 '소년원 2년 이내 송치'가 내려져도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문제는 처분 수준이 한정적인 형사 미성년자의 지위를 악용해 상습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나온다는 것이다. 지난 4월에는 촉법소년 지위를 악용하며 약 40차례 범죄를 저질러온 중학생 C군(14) 등 2명이 형사 미성년자 연령인 만 14세를 넘어선 뒤에야 검거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4월19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중학생 C군(14) 등 2명은 같은 달 15일 오전 4시분께 광주 서구 금호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문이 열린 승합차를 훔쳐 무면허 운전을 해 특수절도 등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과거에도 40여차례 비슷한 범행을 저지른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풀려났으며, 이후 비슷한 범행을 지속했다.

최근 소년범 중 촉법소년 비중이 증가하고, 소년범죄의 저연령화가 감지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학술지인 '교정담론' 4월호에 발표된 '형사미성년자 기준연령 하한에 대한 고찰' 논문에서 지난 2011~2020년 10년간의 검찰·경찰·법원의 소년범죄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 중 촉법소년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1년 11.2%에서 2020년 13.6%로 2.4%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년범죄의 '증가세'와 더불어 '저연령화' 추세도 감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년원에 신규로 입원한 사람 가운데 촉법소년의 비율은 2014년 1.1%에서 2020년 3.1%로 3배로 뛰었다.

소년범죄의 증가세와 저연령화 추세가 감지되면서 '전과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한 범죄 예방 효과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형사처벌이 범죄 감소의 수단으로의 실효성을 갖췄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보호처분 등으로 교화될 수 있는 청소년을 처벌하는 것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성명서를 내고 "미성년자 강력범을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했던 미국, 소년 형사처벌 연령을 16세에서 14세로 낮춘 일본 등 해외에선 형사처벌 확대 강화를 통해 소년범죄 감소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엄벌주의 정책은 소년사범에 효과적이고 적절한 대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같은 해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관련 의견서를 내고 "소년범죄는 단순히 엄벌을 통해 해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재범 방지와 피해 청소년 보호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형사미성년자 기준연령 하한에 대한 고찰' 논문의 저자들은 "미성년자들이 법정에 섰을 때 보호처분을 받을지 형사처분을 받을지 예상할 수 없어야 처벌의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낮추는 것이 실제 '처벌'의 목적보다는 '전과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해 범죄를 억제하는 예방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취재부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