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물가 급등에 금리마저 인상…서민 한숨 더 깊어진다

장바구니 물가 상승에 금리도 인상
5월 물가 상승률 14년만에 5%대 예고
식료품·외식물가 연일 고공행진
전문가들 "서민 위한 맞춤형 정책 내놔야"

최근 고기와 밀가루, 식용유에 이어 채솟값도 급등하면서 밥상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올여름 최악의 폭염까지 예고되면서 채솟값이 천정부지 더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진은 2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수입은 그대로인데 지출은 늘기만 하고…."

인천에 사는 주부 유지영씨(34·가명)는 요즘 냉장고만 바라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식사 준비에 대한 걱정도 그렇지만 최근 장바구니 물가가 너무 오른 탓이 크다. 1년 전만 해도 20만원이면 1주일치 식료품을 사서 네 식구가 먹었는데 지금은 5일이면 다시 마트를 찾아야 한다. 재료를 사서 조리하는 것보다 가정간편식(HMR)을 사 먹는 게 싸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이유로 얼마 전부터 점심 식사는 최대한 간편하게 끼니를 떼울 수 있는 식단 위주로 바꾸기도 했다.

자영업자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경남 창원에서 분식 위주 식당을 운영하는 김형수씨(44·가명)는 이달부터 식당에서 파는 모든 메뉴 가격을 1000원씩 올렸다. 가격 인상 요인이 있을 땐 보통 500원 단위로 올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식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도저히 마진을 남길 수가 없어서다. 김씨는 "지난해만 해도 식료품 도매상에서 1년에 많아도 2번 정도 가격을 올리는 게 고작이었는데 최근엔 한두 달 사이 일부 품목 가격이 3번이나 올랐다"면서 "이렇게 메뉴 가격을 올려 받아도 직장인들의 평균 월급 정도만 남는데 여기서 식자재 비용이 더 오르면 어떻게 버텨야 할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밥상물가가 연일 고공 행진하면서 자영업자부터 일반 서민들까지 여기저기서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 기준금리까지 오른 탓에 서민들의 가계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26일 1.50%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두 달 연속 인상을 결정했다. 밥상 물가 급등에 이어 가계 이자 부담도 더욱 커지게 된 셈이다.

다음 주에 발표 예정인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근 14년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에 진입하게 된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년6개월 만에 최고치인 4.8%를 기록했었다.

소비자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1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실제로 가공 식품과 농수산물, 외식 물가 등 먹거리 관련 품목의 상승세는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다소비 가공식품 28개 품목 가운데 18개 품목의 가격이 상승했다. 된장이 21.1%로 가장 많이 올랐고, 이어 카레(14.7%), 콜라(9.8%), 커피믹스(8.6%), 소주(6.4%) 순이었다.

육류 가격도 계속 오름세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 통계를 보면 이달 18일 기준 국내산 돼지고기 목심 100g의 평균 소비자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18.5% 오른 2661원으로 집계됐다. 삼겹살 100g도 2829원으로 19.2% 올랐다. 미국산 소고기(갈비)의 경우 같은 중량이 4403원으로 77.8% 뛰었고, 호주산도 4385원으로 81% 상승했다.

외식 물가도 비슷한 상황이다 4월 기준 서울 지역 냉면값은 1년 전보다 9.5% 오른 평균 1만192원으로 처음으로 1만원을 넘어섰고, 자장면은 14.1% 오른 6146원을 기록했다. 칼국수 역시 8269원으로 10.8% 상승하면서 8000원대를 넘어섰다. 이 밖에도 채소와 과일, 계란, 수산물 등 밥상에 필수로 오르는 모든 품목의 가격이 함께 오르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자 그날 필요한 재료를 그날 구입해 소비하는 이도 많이 늘었고, 가격이 오를 것에 대비해 일부 품목을 사재기하는 현상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물가상승의 원인이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외부 요인이 크다 보니 마땅한 해법을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상황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면서 물가 상승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 서민 경제 부담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된다 해도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올해까진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가 상승에 이자율까지 오르면 저소득층의 피해가 가장 심각한데 결국 정부가 이자율 경감이나 대출 상환 유예 등 맞춤형 정책을 펼치는 것 외엔 방도가 없다"고 조언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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