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대 상장사 '코로나 극복'…상위 20사 매출액·영업이익 절반 '주도'

[코로나가 바꾼 산업·富 지형도]
2년간 매출 17%·영업이익 85% 급증
반도체·바이오 강세…호텔·항공 직격탄

편집자주2020년 상반기에 본격화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한국 산업과 부의 지형도를 급속도로 바꿔 놨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언택트(비대면) 업종이 성장세를 구현하며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코로나19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린 바이오의 성장세도 가팔랐다. 반면 여행·호텔·레저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반도체,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등 전통 강자의 위상은 공고했다. 업종 지형도 변화로 부의 흐름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코로나19를 발판으로 신흥 부자가 대거 등장했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상장사 500대 기업의 실적 변화 및 주주 지분가치 변동을 통해 국내 산업과 부의 지형도 변화를 살펴봤다.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이명환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국내 대표기업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산업을 이끄는 핵심 업종 반도체와 전통의 강자 업종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의 위상은 공고했고, 2차전지가 새로운 대표주자로 떠오르며 성장을 견인했다. K-방역에 공헌을 한 바이오는 가능성을 넘어 실적을 보여줬다. 다만 여행, 항공산업은 언택트(비대면) 시대의 폭풍을 피하지 못했다.

23일 아시아경제가 지난해 기준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실적을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직전 연도인 2019년 실적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매출액은 2019년 2119조8498억원에서 2021년 2486조1615억원으로 17.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9조2259억원에서 202조5994억원으로 85.49% 급증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뽐냈다.

사실상 코로나19 팬데믹이 무색한 완벽한 성장세를 자랑한 것이다. 코로나19 타격에서 완연히 회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매출액 기준 상위에 포진된 기업들이다. 상위 10대 기업의 2021년 매출액 비중은 500대 기업 전체 매출액의 36.99%를 차지했다. 영업이익 역시 상위 10대 기업이 45.73%의 비중을 자랑했다. 주인공은 삼성전자, 현대차, SK, 포스코, LG전자, 기아, 한국전력, 한화,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순이다.

20대 기업까지 순위를 넓히면 실적 주도 현상은 더욱 뚜렷하다. 상위 20대 기업의 2021년 매출액 비중은 500대 기업 전체 매출액의 50.13%를 차지했다. 영업이익 역시 55.08%으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자랑했다. 2019년 매출액과 영업이익 비중이 각각 50.80%, 50.92%에 달한 것을 감안하면 매출액 비중은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늘어 상위 기업들이 탄탄한 실적을 일궈낸 것으로 분석된다. LG화학, 현대모비스, CJ, 삼성물산, 포스코인터내셔널, LG디스플레이, 현대중공업지주, 한국가스공사, 에쓰오일(S-Oil), CJ제일제당 등이 주도한 실적이다.

상위 50대 기업으로 범위를 잡으면 2021년 기준 매출액의 67.53%, 영업이익의 71.38%를 차지했다. 역시 매출액 비중은 2019년 68.51%에서 2021년 67.53%로 다소 줄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 비중은 오히려 67.11%에서 71.38% 늘었다.

상위 기업들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눈에 띈다. 상위 20대 기업의 합계 영업이익은 111조5986억원으로 증가율이 무려 100.65%에 달해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85.49%)보다 높은 수치를 자랑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들의 쏠림 현상도 나타났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로 비교 분석한 결과 실속은 코스피 상장사들이 더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상장사의 매출 증가율은 16.86%, 코스닥 상장사의 매출 증가율은 25.06%였다. 그러나 영업이익 증가율은 코스피 86.76%, 코스닥 63.79%였다. 매출 500대 기업 중 코스피 상장사는 390사로 80% 가까이 차지했고, 코스닥 상장사는 110사로 집계됐다. 상위 50대 기업 중 코스닥 상장사는 1개에 불과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화학, 철강금속, 의료정밀, 운수창고업, 비금속광물, 서비스, 금융 등의 성장률이 뚜렷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코스닥시장본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및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대에도 불구하고 2021년 상장사들의 연간 실적이 대폭 증가했다"면서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모두 실적이 개선된 것이 특징이며, 특히 반도체 중심의 IT와 의료정밀 등 업종이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실장도 "지난해 상장기업은 대기업 중심으로 실적 상승세가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은 한국 제조업의 역량 덕분이었다고 평가한다. 올해 1분기 실적 시즌도 종료됐고, 상장사의 약 56%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내놨다. 영업이익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9% 성장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코스피 기업 이익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면서 "경제위기 때마다 한국을 구한 것은 제조업 역량으로 반도체, 자동차, 화학 등 주요 수출업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분석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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