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희인턴기자
[아시아경제 이서희 인턴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밥상 물가’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소외 계층을 위한 무료 나눔 식당이 운영난을 겪고 있다. 가정집 식탁에 오르는 식료품부터 비주류 음료까지 줄줄이 가격이 인상된 탓이다. 최근 거리두기 완화로 식당에 사람이 몰리면서 이들의 근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근 가파른 소비자물가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3일 발표한 ‘2022년 4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4.8% 증가했다. 이는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밥상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오름세가 주춤했던 농축수산물이 축산물(7.1%)을 중심으로 1.9% 올랐다. 세부적으로 보면 수입 쇠고기(28.8%), 돼지고기(5.5%), 포도(23.0%), 국산 쇠고기(3.4%), 닭고기(16.6%), 참외(17.2%) 등이 크게 올랐다.
식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걱정이 는 건 일반 가정집만이 아니다. 사회 취약 계층을 위한 무료 급식소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넉넉지 않은 재정에 물가 부담까지 겹치면서 상황이 어려워진 것이다.
서울 강동구 희망 세상복지센터는 최근 홀몸노인에게 제공되는 반찬을 다섯 가지에서 세 가지로 줄였다. 이전에는 국과 고기를 포함해 총 다섯 가지 반찬이 나갔는데, 지금은 국과 달걀말이, 멸치볶음 등 세 가지 반찬이 제공되고 있다.
박세환 희망세상복지센터 팀장은 “식단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많이 떨어졌다”면서 “그전에는 두 그릇씩 제공해도 넉넉했는데, 지금은 늦게 도착한 분들은 그냥 돌아갈 정도”라고 말했다. 또 박 팀장은 “코로나19로 후원금 액수도 줄었는데, 물가 상승까지 겹쳐서 운영난이 심해졌다. 고기반찬을 빼고 다른 반찬을 넣으면서 힘들게 운영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영등포구 무료 급식소 ‘토마스의 집’도 상황은 비슷하다. 토마스의 집은 코로나19 이전엔 하루 평균 360명 정도가 찾을 정도로 붐볐다. 그러다 코로나19 시국에 접어들면서 초코파이와 바나나 등의 대체식 지급으로 나눔 방식을 변경했고, 지난 2일부터 다시 코로나 이전과 같은 점심 제공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27년째 식자재 구매와 메뉴 구성을 도맡았다는 박경옥 씨는 물가 상승을 체감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채소와 초코파이 할 것 없이 모든 식자재가 체감상 30% 이상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씨는 “기본으로 나가는 제육볶음이 제일 인기 있는 반찬인데,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이 많이 오르는 바람에 양을 넉넉하게 준비하긴 어렵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급식소에 사람이 몰릴 텐데 식단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인턴기자 ksa0111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