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접수건수도 반등…금리인상기, 밤잠 설치는 영끌족(종합)

지난달 18일 서울의 한 은행 앞에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이 붙어있다. 은행권은 연말까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최소 2.00%까지 끌어올리고, 이에 따라 대출금리 상단도 7%대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하 사진=연합뉴스>

"내일 당장에 금리가 오르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죠. 매일 들어가는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하우스푸어’ ‘경매’라는 단어만 보면 제 얘기인 거 같아 정신이 번쩍 듭니다." 신혼부부 직장인 A씨는 2020년 2월 서울 도봉구에서 6억7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총대출금 4억3000만원을 동원해 매수했다. 그는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35년 고정금리라 당분간 큰 영향이 없다"면서도 "금리 인상에 따라 시장이 조정되면서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와 1년마다 갱신되는 신용대출의 이자가 걱정"이라고 했다.

지난해까지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매수세를 주도했던 ‘2030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이 금리 인상 공포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한국 또한 금리 인상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국내 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14년 만에 7%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금리의 역습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영끌족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국내 가계대출의 80% 이상이 변동금리 상품이다. 더군다나 주담대 대출자의 40% 이상은 신용대출을 동시에 받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부 영끌족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고, 향후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경매로 물건이 넘어가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3월 전국 법원 경매접수건수는 3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노원·도봉·강북구 등 2030세대의 영끌 매수세가 몰렸던 지역에서 접수건수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감소세를 보이던 경매 물건이 최근 증가세를 보이는 데에는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등으로 갭투자자 등의 금융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은 최근 22년 만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데 이어 향후 수차례의 ‘빅스텝(0.5%포인트 인상)’까지 시사한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해 말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경매 물건은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6일 대한민국법원 법원경매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 법원경매 사건 접수는 6477건으로 전월(5418건) 대비 19.5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경매 접수건수는 지난해 12월부터 감소세를 보여왔으나 3개월 만에 오름세로 전환했다.

법원경매 사건 접수건수는 해당 지방법원에 경매 신청이 된 상태를 말한다. 이후 감정평가를 거쳐 실제 입찰에 들어가기까지 6개월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실제 입찰 건수를 기준으로 하는 ‘진행건수’보다 현시점의 경기 흐름을 비교적 빨리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법원경매 접수건에는 주택·토지·상가·공장·자동차 등의 부동산과 동산이 모두 포함되는데, 통상적으로 주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까지 2030가구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매수세가 몰렸던 지역에서 경매접수 건수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강서·구로·금천구 등을 관할하는 서울남부지법의 접수건수는 2월 152건에서 3월 235건으로 54.6% 늘었고, 노원·도봉·강북 등을 관할하는 서울북부지법도 같은 기간 129건에서 144건으로 11.63% 늘었다.

특히 노원·도봉·강북은 일명 ‘노도강’으로 불리며 최근 2년 새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이다. 시세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2030세대의 영끌이 집중됐다. 노원구의 경우 지난해 2030세대의 매입 비중이 전체 매수의 49.3%를 차지할 정도로 2030세대의 수요가 많았다.

제롬 파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은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발표하고 현재 0.25~0.5%인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경매사건 접수가 늘어난 배경에는 금리인상과 함께 가계 대출 증가가 꼽힌다. 부동산개발정보 플랫폼 지존의 신태수 대표는 "경매접수건이 증가한다는 것은 대출금 등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많다는 의미"라면서 "시장 침체의 징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특히 영끌로 내집마련을 서둘렀던 2030세대와 저금리 상황에서 겨우겨우 버티던 한계차주 자영업자들이 금리인상으로 인해 더이상 버티지 못하면서 이들의 물건이 경매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경매업계 관계자는 "일단 경매로 넘어가게 되면 물건의 시세는커녕 제값의 절반도 못받고 청산당하는 경우도 있다"며 "최대한 대출연체를 막고 경매로 넘어가는 상황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이 예고된 현 상황에서는 최대한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 등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금 빌린 돈을 저금리로 전환해주거나 개별 차주의 소득이 크게 늘거나 하지 않는 이상 (현 금리인상기를) 개인이 대처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일단 대출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2030세대는) 집값이 오를거라 생각하고 아직 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흐름에 올라탄 것인데, 최악의 경우 주택을 팔고 이마저도 안되면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값의 30% 이상을 넘거나 원리금 상환액이 월급의 30%를 넘는 대출은 자제하는 편이 좋다"면서 "이미 큰 부채를 지고 있는 경우는 적극적인 부채 다운사이징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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