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석기자
김혜민기자
이기민기자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김혜민 기자, 이기민 기자]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법이 거대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지대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여소야대’ 위력은 더욱 거셀 전망이다. 차기 정부와 국민의힘으로서는 정부 출범 후 ‘법률안 거부권’이라는 최소한의 장치만 갖췄을 뿐, 새 정부가 뜻을 펼치기 위해 마련하고 있는 각종 개혁 동력은 여소야대의 벽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검수완박법안이 공포된 다음날인 4일 국민의힘 내부에선 여소야대를 실감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한 중진의원은 "여소야대의 거대한 벽을 느꼈다"면서 "정부 출범 이후 장벽을 더욱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여당이 될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소야대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를 물었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을 맡은 주호영 의원의 질의에 한 후보자는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라며 "최대한 민주당과 소통을 하고 대화를 하고 구두 뒷꿈치가 닳도록 뛰어다닐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힘과 차기 정부는 여소야대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으로 대통령이 가진 행정입법(시행령)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은 민주당의 일방통행식 국회 정치에 대해 이미 잘 알고 비판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무지막지함에 겁먹지 말고 당당하게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가오는 다음달 지방선거와 7석의 의석이 걸려 있는 국회의원 보궐 선거 등에서 승리를 거둬, 정권 초기 국정 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만든 국정과제만 봐도 여소야대 구조의 국회 상황이 고려됐다는 평가다. 인수위는 시행령이나 법 제·개정 등 법령을 손질해야 하는 국정과제를 대략 1000건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국회를 통과하지 않아도 되는 훈령·시행령 등은 ‘정부 자체추진 가능 과제’로 분류해 국정과제의 우선순위에 뒀다.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시행령 등 하위법령 개정부터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일례로 중대재해법 보완을 위해 법 개정이 아닌 ‘산업안전보건 관계법령 정비’를 국정과제에 담았다. 법령 개정 등을 거쳐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지침·매뉴얼을 통해 경영자의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명확히 하겠다는 내용인데 법 개정이 쉽지 않은 만큼 중대재해법 보완 취지를 살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회 통과가 늦어질 경우를 대비해 대응 방안을 마련한 국정과제도 있다. 법무부장관 수사지휘권 폐지가 대표적이다. 이를 이행하려면 검찰청법 8조를 개정해야 하는데, 인수위는 법 개정 전 수사지휘권 행사를 제안할 수 있는 방안을 미리 마련해 우선 시행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를 통해서 통과시킬 수 있는 과제, 국민적 지지를 받아 민주당을 설득할 수 있는 과제 등도 따로 추려 이행전략을 짜놓은 상태다. 민주당도 무조건 대결 구도로만 가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초연금 인상, 소상공인 채무 재조정과 같은 대선 공통공약들을 것들을 선정했다"며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0.7%포인트 차이로 승패가 엇갈린 대선과 연이은 지방선거 등의 영향으로 인해 여야 대결 구도는 한층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 이를테면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 일부 수정, 후퇴한 것과 관련해 "우리가 바로잡겠다"며 "윤 당선인도 테이블에 나서라"라고 공세를 취하고 있다.
다만 검수완박법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인 점도 국민의힘에서는 기회로 보고 있다. 리서치뷰 여론조사(지난달 29~30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 대상)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50%, 민주당은 36%였다. 전월 대비 민주당은 2%포인트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은 5%포인트 상승한 결과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등 영향 외에도 검수완박 강행 처리에 대한 여론 등이 반영된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