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선기자
김대현기자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김대현 기자]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씨의 입국길이 또 막혔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전날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낸 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행위는 국가기관을 기망해 편법으로 국외로 출국 후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은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질서유지 내지 공공복리 등 공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유씨의 청구를 기각한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유씨는 병역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가 2002년 국내 입국이 제한됐다. 이후 그는 재외동포 비자(F-4)를 고집하며 입국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정부로부터 거부되는 상황이다. F-4 비자는 외국국적동포를 위한 특별비자로 국내에서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 즉 취업 목적으로 발급 받는 비자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한다. 한국에 굳이 오고 싶다면 관광비자를 받으면 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유씨는 관광비자를 발급 받아 국내로 들어올 수 있을까? 확인 결과 유씨는 비자 유형과 상관없이 사실상 국내 입국이 어려운 상황이다. 법무부의 입국금지 조치가 이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입국금지 조치는 ‘괘씸죄’에서 시작됐다. 미국인 본래 비자 없이 관광 등 목적으로 한국에서 ‘90일 내 단기 체류’를 할 수 있다. 유씨는 2002년 1월 미국 국적을 취득하고 바로 비자신청 없이 입국하려다 인천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다. 당시 병무청장은 병역 의무를 회피한 유씨의 입국 자체를 금지해달라고 법무부 장관에 요청했다. 법무부 장관은 이를 받아들이며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3호와 4호를 적용했다. 유씨를 한국의 이익과 공공 안전, 질서를 해치는 인물로 판단한 것이다.
전날 재판부는 "(유씨는) 부득이한 경우 사유를 소명해 단기방문(C-3) 사증을 부여받거나 법무부로부터 일시적 입국금지조치 해제를 받아 대한민국에 방문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시민권자의 경우 관광통과, 친지방문 등 목적으로 90일간 한국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므로 유씨에게 반드시 F-4 비자를 내줄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유씨가 F-4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한국에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의 입국은 한국에 들어와야 하는 사유를 소명하거나, 법무부로부터 입국금지 조치가 풀려야 이뤄질 수 있다. 2003년 법무부가 특별허가를 내준 것은 유씨가 약혼녀 부친상을 문상해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기 때문이었고, 당시에도 사흘간 한국에 머무른 게 전부였다.
법무부는 2002년 2월 유씨에게 기한을 정하지 않고 입국금지 조치를 내렸고, 2020년 6월에도 이 같은 조치를 유지할 것이라는 취지의 검토의견을 LA총영사에 전달했다. 정부가 재량권을 이유로 그의 입국을 막고 있고, 관련 판결들도 이 같은 입장에 힘을 실어준 만큼, 유씨가 다른 비자를 신청했다고 해도 한국에 들어올 수 없는 결과는 동일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