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섭기자
우리은행 직원이 600억원대 횡령을 저질렀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주위 지인들로부터 걱정 섞인 질문이 쏟아졌다. 앞으로 우리은행을 이용해도 괜찮은 지가 걱정된다는 거다. 물론 기업개선부에서 이뤄진 금융사고로 소비자금융부문의 예금을 걱정하는 것은 기우다.
하지만 선뜻 "괜찮다"는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은행에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은행의 기본영업인 여·수신은 신용(信用)을 주고받는다는 의미다. 내 돈을 맡길 때는 은행이 안전하게 보관하고 계약에 따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담보돼야 한다. 이번 사고는 믿음에 균열을 냈다.
게다가 이번 사안의 핵심으로 내부통제가 꼽히고 있다. 악독한 구성원이 집요하게 저지른 범죄가 아니라, 내부통제가 허술해 누구라도 저지를 수 있는 사고였다는 뜻이다. 진짜 시스템의 문제라면 금융소비자는 언제 사고가 터질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
철저한 감시와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불안을 키웠다. 횡령은 수년에 걸쳐 이뤄졌다. 우리은행은 세 차례에 걸친 돈 빼돌리기를 알지 못했다. 기업개선부장도, 일선 부서장을 지휘하는 임원도, 내부통제·리스크 담당자도, 검사팀도, 행장도, 금융지주 내부통제위원회도 몰랐다. 우리은행 윤리강령 1장2조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는 누가 따르는지 의문이다.
내부통제 규정을 지키지 않는 건 사고가 터져도 경영진과 은행에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라임사태가 그랬다. 금융당국의 징계에 은행은 ‘불복’ 소송으로 맞섰다. 법정에서는 "내부통제 실패의 책임을 CEO에게 묻는 것은 과도하다"는 논리가 나왔다. 사고에도 매해 실적 신기록을 갈아치운다.
한국보다 기업의 자유를 강조하는 미국은 어떨까. 수년 전 웰스파고 금융사고가 벌어졌을 때 미 소비자금융보호국은 1억85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사회는 회장의 스톡옵션 450억원과 급여를 몰수했다. 연루 직원 5300명은 전부 해고됐다. 일부 주에서 1년 간 영업정지를 당했다.
더 이상 금융사고는 없어야 한다. 우리은행이 어느 정도로 책임을 지는지, 사고를 막지 못한 것에 어떻게 사과하는지, 대안은 얼마나 빨리 철저하게 마련하는지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