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기자
도계위 허가구역 1년 연장
재건축단지 중심 시장 들썩
집값 안정 '완충장치' 유지
시장 안정효과 제한적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서울시가 압구정·여의도·목동 아파트지구와 성수 전략정비구역 등 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방침을 공언한 이후 집값이 들썩일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또 다른 ‘규제 완화 신호’로 집값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규제가 효과는 없고 거래 활성화만 저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전날 열린 ‘제4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오는 26일 지정 기간이 만료되는 해당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1년 연장) 안건을 가결했다. 대상 지역은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지구 24개 단지(1.15㎢), 영등포구 여의도 아파트지구와 인근 16개 단지(0.62㎢), 양천구 목동 택지개발지구 14개 단지(2.28㎢), 성동구 성수 전략정비구역(0.53㎢) 등 모두 4.57㎢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허가대상 면적을 초과하는 토지 취득을 위한 계약을 체결 시 사전에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거용 토지는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이 가능해 2년간 매매나 임대가 금지된다. 개발 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단기 투기 세력 유입을 막겠다는 취지다.
도계위 판단 배경에는 최근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시장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규제를 풀어 공급에 일조하되 집값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완충 장치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4월 들어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으로 전환됐는데 강남구 역할이 컸다. 강남구의 경우 대선이 끝난 이후 3월21일 아파트 매매가격이 0.01%로 상승 전환된 뒤 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송파·강남·서초가 포함된 동남권의 11일 기준 아파트값은 0.01% 올랐다. 재건축 단지가 많은 목동이 속한 양천구 아파트 값도 3월 말 보합세를 기록하더니 지난주 상승으로 돌아섰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최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시장 움직임을 거론하며 "가격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는 기조하에서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주택 공급을 시행하겠다"는 발언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의 이러한 조치가 거래절벽만 유발할 뿐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본다. 10일 KB부동산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에 포함된 압구정동 아파트 평균 시세는 지난해 3월 34억9748만원에서 지난달 42억4341만원으로 21.3% 올랐다. 양천구 목동(9.8%)과 영등포구 여의도동(12.2%)의 아파트 시세도 각각 양천구(9.5%)와 영등포구(10.9%) 평균과 비슷하게 올랐다. 다만 거래절벽은 여전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올 1월 1087건에서 2월 811건으로 감소했다가 3월 1302건으로 늘었으나 예년의 거래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거래건수는 3762건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취지가 가격 요인보다 투기세력 유입으로 인한 시장 불안정을 방지하고 실거주를 유인하는 데 있다"며 "법령에 적시된 재지정 요건에 따라 재지정 여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새 정부의 출범과 얼마 남지 않은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비사업으로 대표되는 서울의 부동산시장에 변화요인을 가할 필요가 없다"며 "실질적인 정비사업추진계획이 확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굳이 시장의 기대심리를 부추길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