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문턱 낮춘 '국민청원', 尹정부서 이어받을까

文정부 상징 '국민청원', 임기 마지막날까지 운영 지속
"국민들이 호소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 중요해"
사회적 공론화·법 개정 등 순기능 인정받아와
尹정부서 국민청원 계승할지 주목…인수위 "개선방안 논의중"

지난해 8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청원' 도입 4주년을 맞아 국민청원에 직접 답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문재인 정부의 상징으로 불리는 국민청원이 문 대통령 퇴임일인 5월9일 막을 내리면서 일부 시민들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국민청원은 그간 정부부처와 시민들을 이어주는 활발한 소통창구로서 윤창호법 등 다양한 법 개정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에 취임을 3주 남겨둔 윤석열 정부가 국민청원을 계승할지 주목받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 2017년 8월19일 문재인 정부 취임 100일을 맞아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취지로 개설됐다. 게시글이 100명의 사전 동의를 거쳐 정식 공개되면 30일 안에 20만명 이상 동의를 받을 경우 청와대·정부 부처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국민청원 게시판은 당초 문 대통령의 임기 종료 한달 전인 지난 9일 문을 닫을 예정이었다. 30일인 청원 동의기한을 고려해봤을 때 이날 이후에 게시되는 청원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도 현 정부의 답변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원게시판의 개설 취지를 고려한 문 대통령의 지시로 국민청원은 임기 마지막날인 5월9일까지 운영을 지속하게 됐다. 지난 13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최근 내부회의에서 "국민청원 게시판은 청원을 실제 해결하는 역할도 있지만, 의견을 개진할 마땅한 곳이 없는 국민들이 호소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국민청원 도입 4주년을 맞아 직접 한 영상답변에서도 "국민청원은 국민의 절절한 목소리에 정부가 책임 있게 답변하는 직접 소통의 장'"이라며 "해결할 수 없거나 정부 권한 밖의 청원도 꽤 있지만 국민이 어디든 호소할 곳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국민청원에 대한 애정을 나타낸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내각 발표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다만 윤석열 정부에서 국민청원을 계승할 지는 미지수다. 국민청원의 참고모델이 된 오바마 미 행정부의 청원 시스템인 '위 더 피플(We the People)'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유명무실된 바 있다.

정쟁의 장이 됐다는 비판도 있지만 국민청원은 순기능을 평가받아왔다. 생후 16개월 된 아동을 입양해 수차례 학대, 숨지게 한 '양천구 아동학대 사건'은 지난 2020년 12월17일 학대 양부모 처벌 청원글, 지난 2021년 1월5일 담당 경찰서장 및 경찰관 파면 요구 청원글이 게시되면서 공론화됐다. 많은 이들을 공분케 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과 세계유산인 김포장릉 주변 아파트 철거문제 등을 수면 위로 올린 것 또한 국민청원의 공이 컸다.

심신미약 감형의무 조항을 폐지한 이른바 '김성수법'과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법'도 국민청원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덕분에 국민청원은 시민과 정부부처를 잇는 활발한 소통창구이자 직접민주주의의 보완책으로 평가받았다.

이와 관련,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는 국민청원 게시판의 소통 취지를 살리기 위해 개선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1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기자 회견장에서 "국민 소통 취지를 살리고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지 않도록 종합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인수위는 국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국민청원과 유사한 '국민이 당선인에 바란다' 게시판을 운영 중이다. 인수위 홈페이지에 마련된 이 게시판에는 19일 오후 1시30분 기준 4만9828건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국민 의견 수렴 기관인 '국민제안센터'도 공식 출범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지난 4일 국민제안센터 출범식에서 "컴퓨터도 그렇고 사람이 하는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정확한 입력이 정확한 결과를 낳는다"며 "국민의 소리를 정확하게 들어야지 그것이 정확하게 국민이 원하는 정책으로 만들어진다.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는 좋은 기반이 됐으면 한다"고 여론 수렴 의지를 드러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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