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기자
#1. 경찰관 A씨는 지난해 3월13일 호송 과정에서 난동을 부리던 발달장애인(15·남)의 이마를 무전기로 내리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마에서 피가 흐른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1·2심은 A씨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하며 '선처'했다.
#2. 경찰관 B씨는 2017년 충남의 한 병원에 입원한 60대 절도 용의자를 경찰서로 데려가던 중, 운동화로 가슴을 수차례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경찰공무원의 기본 자질과 품성을 의심케 하고, 인권침해 문제를 일으켜 공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시켰다"며 징역 4개월 및 자격정지 1년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검사 또는 경찰관이 수사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해 피의자 등을 체포 또는 폭행하거나 가혹행위를 하는 '독직폭행죄'(형법 제125조)에 대해 법원이 선처부터 징역형까지 각기 다른 판결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 중 하나는 '직권을 남용한다'는 구문의 모호성이다. 대법원은 공무원이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불법하게 행사하는 것으로 직권 남용을 판단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여도 실질적으로 '정당한' 직무 권한을 벗어나면 해당한다. 행위의 목적, 상황에서 볼 때의 필요성과 상당성, 직권 행사가 허용되는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했는지 등의 여러 요소가 함께 고려된다.
독직폭행죄는 유죄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 또한 피해자가 다치면 형법이 아닌 특정범죄가중법상 독직폭행죄가 적용돼 더 무겁게 처벌될 수 있다.
A씨는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지만, 먼저 얼굴을 2회 얻어맞았다는 점과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이 참작돼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반면 B씨의 경우 피해자 측이 그를 용서하지 않고 처벌을 바란다고 밝힌 점, B씨가 범행을 극구 부인하는 등 잘못을 뉘우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이 고려됐다.
한편 한동훈 검사장(법무부 장관 후보자)을 독직폭행한 혐의를 받는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1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정 연구위원은 2020년 7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위해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의 몸을 누르는 등 상당한 유형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에서 피해자가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다는 주관적인 판단하에 폭행했다"며 "단순히 휴대전화를 뺏으려는 의사만 있는 게 아니라 신체에 대한 유형력을 행사하려는 최소한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다만 한 검사장이 상해를 입은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특정범죄가중법이 아닌 형법상 독직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정 연구위원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정 연구위원 측은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피해자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게 돼 미안하고 안타깝다"면서도 "압수수색을 집행하는 검사로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항소심 선고공판은 오는 28일로 예정돼 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