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기자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러시아 흑해 함대의 자존심으로 불린 기함 ‘모스크바’호가 14일(현지시간) 흑해에서 가라앉았다. 러시아군은 모스크바호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침몰했다고 밝힌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자신들이 개발한 ‘넵튠’ 미사일의 공격으로 모스크바호가 침몰했다고 주장했다.
BBC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오후 늦게 모스크바호가 수리를 위해 항구로 예인되던 중 폭풍우를 만나 침몰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모스크바호에서 알 수 없는 원인이 발생해 선체가 균형을 잃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침몰이 아니라 격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넵튠 미사일 공격으로 모스크바함에 적재된 탄약이 폭발해 모스크바함이 격침됐다는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일련의 탄약 폭발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미사일 공격에 의한 것인지 여부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보좌관인 올렉시 아레스토비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러시아 해군에 2차 세계대전 후 가장 큰 패배를 안겼다"고 썼다. 그는 "전함명 '모스크바'에서 알 수 있듯 모스크바호는 러시아군에 매우 중요한 전함이었다"며 "모스크바호는 1945년 이후 침몰된 러시아 전함 중 가장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해양학연구소의 마이클 피터슨 애널리스트는 "모스크바호는 러시아 흑해 함대의 상징이자 우크라이나군의 골칫거리였다"며 "모스크바호의 침몰은 우크라이나인의 사기가 고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호는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에서 건조돼 1982년 진수했다. 시리아 전쟁에 투입됐으며 이번 전쟁 초기에도 오데사 남부 스네이크 섬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러시아 흑해 함대는 크루즈 미사일로 우크라이나의 여러 도시를 공격했으며 최근 마리우폴을 공략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지원 역할을 수행했다. 모스크바호의 원래 주목적은 공격보다 흑해 함대 방어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런던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소의 조너선 벤덤 애널리스트는 "모스크바호는 러시아 해군 현재 전력 중 세 번째로 크고 방어 무기가 가장 잘 갖춰진 전함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벤덤 애널리스트는 "모스크바호가 3단계 대공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타격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이번 침몰이 미사일에 의한 것이라면 러시아군 현대화에 큰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한 넵튠 미사일은 옛 소련 시절 고안된 KH-35 미사일을 개량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뺏긴 후 넵튠 미사일 개발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3월 군에 배치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넵튠 미사일이 실전에서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군함 타격 능력이 증명되면서 향후 러시아군의 작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전략연구소의 더글러스 배리 펠로는 "러시아군이 해안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작전을 수행하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전함을 침몰시킨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상륙함 '사라토브'호를 격침시켰다. 사라토브호 격침으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해안 도시 베르단스크를 군수물자 거점으로 이용하려던 계획을 포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