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조기 발견, 위 지킬 수 있다… 내시경으로 암만 제거

‘조기 위암 환자에서 복강경 위보존수술을 위한 감시림프절 생검: 무작위 임상연구’의 책임저자인 류근원 국립암센터 위암센터 교수.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조기 위암의 경우 전이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위를 절제하지 않는 '위보존수술'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발표됐다.

14일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류근원 국립암센터 위암센터 교수 연구팀은 조기 위암에서 감시림프절 생검 시행 후 전이 음성인 경우 위절제술이 아닌 위보존수술 적용이 가능하고,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과 영양상태도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위암의 표준 수술은 위절제술로 알려져 왔다. 따라서 조기 위암 역시 일부 내시경절제술을 제외하고는 모든 조기 위암환자에게 최소 60~70%의 위절제와 위 주위 림프절절제를 시행하는 표준 위절제술이 시행돼 왔다. 만약 종양 직경 3㎝이하의 조기 위암이라면 림프절 전이 확률이 10% 내외인만큼 나머지 90%에서는 위보존수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술 전 또는 수술 중 림프절 전이 여부를 정확하게 알 수 없어 재발 방지를 위해 표준 위절제술이 일반적으로 시행돼 왔다.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더라도 위를 절제함으로써 이로 인한 소화기 증상이나 전신 증상으로 인해 삶의 질 저하를 겪는 문제점이 발생해 온 이유다.

이에 연구팀은 ‘조기 위암 환자에서 복강경 위보존수술을 위한 감시림프절 생검: 무작위 임상연구’(Laparoscopic sentinel node navigation surgery for stomach preservation in patients with early gastric cancer: A randomized clinical trial)를 통해 감시림프절을 이용한 위보존수술이 위절제술과 비교할 때 수술 후 사망률 차이가 없고, 환자의 삶의 질과 영양상태를 향상시킨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Oncology' 2022년 3월호에 온라인 게재됐다.

책임저자인 류근원 국립암센터 위암센터 교수(종양외과학연구과 수석연구원, 외과전문의)는 국내 7개 대학병원 공동연구진 16명과 함께 조기 위암 환자 580명에 대한 전향적 다기관 3상 무작위배정 임상연구를 수행한 결과 이번 연구 성과를 도출했다.

연구팀은 조기 위암에서 처음 전이가 일어나는 림프절인 감시림프절을 이용한 위보존수술을 시행한 결과를 분석했다. 수술 중 방사선동위원소와 색소를 사용해 감시림프절 생검을 시행하고 병리검사상 전이 음성인 경우 조기 위암 부분만을 절제하고 나머지 위를 보존하는 수술을 시행해 그 결과를 표준 위절제술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위보존수술을 받은 환자는 일반인에 가까운 식생활과 일상생활이 가능해 삶의 질이 향상되고 영양상태도 개선됨을 확인했다. 다만 감시림프절 위보존수술 후 일부 환자에서 재발 또는 보존된 위에서 이시성 위암이 발생하였지만 이 경우 표준 위절제술을 추가 시행하면 최초에 표준 위절제술을 시행한 경우와 동등한 생존율 유지가 확인됐다.

류 교수는 “기존에 감시림프절 위보존수술이 가능할 것이라는 추측은 있었으나 검증하지 못했다”며 “이번 다기관 3상 연구를 통해 생존율 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조기 위암에서 위보존수술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를 임상에서 시행하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류 교수는 “복강경 감시림프절 위보존수술은 일부 환자에서 재발 또는 이시성 위암 소견이 발견되더라도 추가로 표준 위절제술을 시행하면 표준 수술과 비교해 사망률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조기 위암 환자의 삶의 질까지 제고할 수 있다”며 “향후 이러한 수술방법이 실제 시행될 수 있도록 의료계와 보험체계 등 제반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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