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권해영기자
[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 사령탑으로 낙점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서민 생활물가 안정'과 '민간기업 중심의 투자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경제 정책 최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의 공공 부문 중심, 소득주도 성장에서 탈피해 새 정부에선 시장에 기반을 둔 민간 주도 성장으로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가 예상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내정자는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정부, 재정 주도의 경기 대책이 주였지만 우리의 경제 활력 회복이나 체질 강화 중심은 여전히 민간, 기업 그리고 시장"이라며 "기업들의 모래주머니를 벗겨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 활력을 회복시키고 우리의 경제 체질을 강화해 성장 잠재력을 높여 나가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다뤄나가야 한다"며 "세계 경쟁환경에서 여러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법령, 제도 등이 많아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족쇄를 가급적 빨리 푸는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약 10년 만에 4% 상승률을 돌파한 국내 소비자물가 안정과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지원도 최우선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추 내정자는 "서민 생활물가를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로 이것이 민생 안정의 첫 출발"이라며 "추가경정예산(추경) 방침에서도 말씀드렸듯 코로나19로 가장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고 온전한 손실보상을 해드리는 과제가 굉장히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이뤄질 30조~50조원대의 추경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거시적인 안정 노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이든 민생안정 대책이든 물가 불안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 (정책) 조합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며 "구체적인 규모, 내용은 정부 출범 때 소개하고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한 지출 구조조정 규모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윤곽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고물가 대책으로는 세제, 수급 안정 및 유통구조 개선 추진과 함께 공공 부문 효율화를 통한 원가 절감 및 요금 인상 억제에 나서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는 "정부가 직접 물가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고, 정책 수단도 굉장히 제약돼 있다"며 "정부는 세제, 여러가지 수급 안정 노력, 유통구조 개선 등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직접 결정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게 공공부문에 관한 요금, 가격이기 때문에 (요금) 구조를 살펴서 필요할 때 서민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으면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추 내정자는 "공공부문 가격 결정시 비용구조가 원가로 통하게(포함되게) 돼 있는데 그들은 과연 공공요금 안정 노력을 제대로 했느냐"며 "방만하게 운영하고, 다른 가격인상 요인을 누적시키면서 때가 되니 올려야겠다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접근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공공부문 효율화를 최대한 추진해 원가를 절감한 뒤 마땅한 수단이 없을 경우에 요금 인상에 나서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추 내정자는 "가계부채, 국가부채,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등 거시 난제가 얽혀 있어서 중앙은행과 기재부의 대화는 수시로 있어야 한다"며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수장으로서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한국은행 총재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아울러 문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 정상화를 위해 시장 논리에 기반한 공급 확대와 징벌적 보유세·양도세 완화 방침을 시사했다. 추 내정자는 "절대적인 공급 확대가 필요하며 시장 수요가 있는 곳에 특히 공급이 늘어야 한다"며 "과도한 보유세, 양도세 정상화가 필요하고 재개발, 재건축에 일정 부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세제를 과도하게 동원해 세제를 통해 국민에게 부담을 주고, 이를 통해 집값을 잡아보겠다고 하는 현 정부의 방향성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잘못된 정책을 원점으로 돌리는 과정에서 너무 급속히 가면 또 다른 부작용 불러일으킬 수 있어 유의하되 (시장 논리를 존중하는) 방향성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에서 여러 차례 강조해 온 재정 건전성 강화 및 '재정준칙' 법제화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국가부채는 문재인 정부 들어 급속히 증가해 지난해 기준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돌파했다.
추 내정자는 "과거엔 행정부 내에서 굉장히 엄격한 스스로의 내재적인 재정준칙을 활용해 재정운용을 해왔지만 이젠 정책환경이 정치가 경제를 압도하는 상황으로 계속 변화하고 있다"며 "국회와 정부가 함께 (재정 운용을) 규율화하고, 이는 재정준칙을 법제화함으로써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정을 집중 투입해서 일자리, 투자 지표로 잡히고 정부 부문에서 성장을 견인하는 식의 (재정) 운용은 지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