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희기자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지난달 22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보유한 삼성SDS 주식 절반가량을 처분하면서 주가가 7% 넘게 급락했습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각각 150만 9430주를 처분했는데요, 평균 매매가격은 주당 12만 7680원으로 전일 종가대비 8.8% 가량 할인된 가격에 주식을 처분했습니다.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삼성전자 주식 1994만여주를 시세대비 2.4% 가량 할인된 주당 6만8800원에 팔았습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내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블록딜(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잇따라 보유 지분 처분에 나선건데요. 블록딜은 무엇이며, 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걸까요?
블록딜이란 주식을 대규모로 보유한 주요주주가 사전에 매도물량을 인수할 매수자를 구해 시장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장 개시전이나 장 마감 후에 지분을 넘기는 거래를 의미합니다.
주로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할때 사용되는 방식인데요, 지분매각 전 매수자를 모집합니다. 주로 외국인 혹은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매각하는데요, 주식을 대량으로 넘기면서 현재가로 매각하면 인수의향이 낮을테니, 할인가를 적용해 넘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통상 현재가에서 7% 아래로 할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주당 현재가가 1만원이면 9300원에 넘기는 식 입니다.
블록딜은 통상 할인율이 주가에 적용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보게 됩니다.
또한 대주주 지분으로 묶여있던 주식들이 외국인들이나 기관투자자에게 넘어가면서 유통주식수가 늘어나게 됩니다. 대주주의 보유지분이나 자사주 등은 경영권 유지를 위해 시장에 쉽게 나오지 않는 반면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은 장기투자 보다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시장에 풀리는 주식이 많을수록 주식의 가치는 하락합니다.
블록딜은 투자심리에도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주요 임원 및 오너 일가가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것과 정확하게 반대로 보시면 됩니다. 대주주가 가진 주식 중 일부를 매각하는 건 주주들의 입장에서 혹시 회사에 어떤 악재가 있는건 아닌지 생각하게 돼 개인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게 됩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블록딜에 대해서도 제제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최대주주 지분을 블록딜 하는 경우 인수하는 기관투자자도 증권신고서 제출이나 보유물량 '락업' 등의 규제를 예고한 것인데요, 락업이란 인수한 기관투자자 또는 외국인이 특정기간동안 재판매에 제한을 거는 겁니다.
이미 이같은 규제는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증권법을 통해 블록딜로 지분을 매수하는 증권사 또는 투자은행(IB)들은 시장 투명성을 위해 보고 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CEO)인 일론머스크가 지난해 9월 테슬라 주식 매각 계획을 세운 뒤 SEC에 제출하고 12월까지 나눠 매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또한 머스크는 매도 이유에 대해 세금납부에 필요한 자금 조달 목적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