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의 기적’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한걸음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 당시(왼쪽)와 10여년이 지난 현재 기름띠 사라진 태안 해변가 전경사진. 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홍성) 정일웅 기자] 태안 유류사고 극복 과정을 담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한걸음 가까워졌다.

8일 충남도에 따르면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이하 기록물)’이 최근 삼국유사, 내방가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 등재 신청대상에 선정됐다.

선정결과에 따라 도는 문화재청,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함께 6월 기록물에 대한 아·태 지역목록 등재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등재 여부는 하반기 신청서 심사와 연말 유네스코 아·태지역위원회 총회에서 판가름 난다.

태안 유류피해 사고는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크레인선과 홍콩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선 유조선 탱크에 담겼던 원유 1만2547㎘(1만900t)가 유출돼 태안 등 6개 시·군, 해수욕장 15곳, 섬 59곳의 직접적인 피해를 야기했다.

기록물은 이러한 유류피해 사고 발생과 대응 그리고 극복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현재까지 수집된 공공·민간 기록물 목록만도 20만여건에 달한다.

기록물 유형은 사진, 종이문서, 영상, 구술기록, 전자문서, 박물, 조류·어류·저서생물 표본 등으로 구분된다. 또 기록물에는 사고 대응과정과 방제활동, 자원봉사, 배상·보상과정, 복구활동, 환경 및 사회복원, 국제협력 등 당시 전반적 상황을 상세하게 담겨 의미를 더한다.

특히 재난사고 극복을 위해 123만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자발적으로 현장을 찾아 사고 수습에 나섰던 내용은 1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태안의 기적’으로 불리며 대형 유류사고 피해지역에서의 신화적 대응사례로 손꼽힌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대규모 자원봉사자가 합심해 유류피해 극복에 손을 보탰다는 점에서다.

도는 이러한 의미를 되새겨 2019년부터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해 왔다. 이듬해는 충남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태안 유류피해 극복과정 공유 국제 콘퍼런스’도 진행했다.

콘퍼런스는 ‘태안 유류피해 극복과정의 중요성’을 주제로 국내·외 사례를 토대로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전략을 논의하고 유류사고 극복과정이 갖는 의미를 되짚어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무엇보다 이 자리에선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 로슬린 러셀(Roslyn Russell) 전 의장이 참석해 ‘재난기록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함으로써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제 추진에 힘을 실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기록물이 실제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면 충남을 무대로 한 최초의 역사 기록물로 남게 된다. 이달 현재 세계기록유산에 등록된 국내 기록유산은 국제목록 16건, 아·태 지역목록 3건으로 집계되며 이중 충남을 배경으로 한 기록유산은 전무하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세계 환경전문가가 내놓은 비관적 전망에도 우리는 123만명의 손길과 땀방울로 ‘태안의 기적’을 이뤘다”며 “이는 위기를 위기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기회로 활용해 온 우리의 역량이 만들어낸 대서사시”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도는 태안 유류사고 극복과정을 세계사적 기록으로 남겨 희망의 좌표를 제시·보존하고자 한다”며 “아·태 지역목록 등재 후에는 국제목록 등재도 연이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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