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나토가입 저울질에 獨 전면 재무장…유럽안보 지각변동

스위스 등 영세중립국도 나토가맹 논란
폴란드 "美 핵 배치 요청시 개방적 검토"
헝가리·세르비아, 노골적 친러에서 줄타기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2차대전 이후 안보 불안이 최고조에 달한 유럽 국가들이 기존 대외정책 원칙을 대폭 수정하고 나섰다. 전통적인 중립국들조차 중립 정책 폐기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맹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평화주의 노선을 천명해온 독일은 대대적인 재무장에 나서는 등 외교 및 안보지형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핀란드 "나토가맹 이달 중 의회 검토"

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의 전화통화에서 나토 신규가맹을 위한 절차 및 세부사항을 보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도 주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거의 모든 나토 회원국들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으며, 4월 중순까지 의회에 검토서를 제출해 가맹문제를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핀란드는 올해 1월까지만 해도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나토 가맹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입장을 번복했다. 핀란드 공영방송(YLE)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핀란드 국민들의 62%가 나토 가맹을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2차대전 이후 중립정책을 고수해온 이웃나라 스웨덴도 나토가맹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지난달 30일 "나는 어떤 식으로든 나토 가입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국가 안보 정책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심지어 러시아와 인접하지 않은 영세중립국인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물론 중립외교를 고수해온 아일랜드까지 나토 가맹을 요구하는 국민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폴란드 美 핵배치 "환영"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2차대전 이후 평화주의·비핵화 노선을 강조해왔던 독일과 폴란드는 적극적인 재무장을 천명하면서 나토 및 EU의 군사적 중심지로 입지를 강화하고자 나서고 있다.

도이치벨레(DW)는 이날 독일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독일 정부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미사일방어체계인 애로우-3, 아이언돔의 도입을 검토 중이며 곧 이스라엘측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을 예정"이라며 "이는 독일 정부가 추진 중인 1000억유로(약 134조원) 규모 추가 군사비 지출을 위한 예비 논의에 일부"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독일은 과거 2차대전 전범국가란 낙인을 의식해 평화주의 노선을 유지해왔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전면 재무장으로 선회했다. 독일 정부는 그동안 국내총생산(GDP)의 1.5% 수준에 머물던 국방비를 2% 이상으로 증액하고 노후화된 무기의 현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인접한 이웃국가 폴란드는 핵무장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폴란드 부총리는 전날 독일 일간지 디벨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폴란드에 핵무기 배치를 요청한다면 개방적으로 검토할 것이며 이는 러시아에 대한 봉쇄력을 상당히 증가시킬 것"이라며 "폴란드에 나토 작전 지휘본부를 설치해 모스크바에 분명한 신호를 보여줘야한다"고 강조했다.

◆헝가리·세르비아는 줄타기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동유럽의 전통적인 친러국가들인 헝가리와 세르비아는 표면적인 중립정책을 표방하며 양쪽에서 실리를 취하려 하고 있다.

헝가리는 전날 치러진 총선에서 친러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승리해 4연임에 성공했다. CNN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지난 1월만해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EU 탈퇴도 공공연히 거론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중립정책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헝가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표면적으로 EU의 대러제재를 지지하고 있지만, 러시아 에너지 금수조치에 결사반대하고 있다. 또한 타국의 무기가 자국을 통과해 우크라이나로 이송되는 것도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헝가리 인접국인 세르비아에서도 친러 성향의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세르비아 정부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한 유엔 결의안에는 동참했지만, EU의 대러제재에는 동참하지 않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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