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목숨 빼앗는 전쟁의 비극적 유산 '불발탄'…우크라에도 드리운 그림자

아프가니스탄 중서부 헤라트주의 한 난민캠프에서 어린이들이 벽돌로 지어진 임시 가옥 앞에 앉아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전쟁이 20년 만에 끝났지만 곳곳에 남은 전쟁의 흔적으로 어린이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2일(현지 시각) 톨로뉴스에 따르면 전날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에서 오래된 불발탄이 터지면서 어린이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탈레반 관계자는 3세∼12세의 어린이들이 불발탄을 찾아서 갖고 놀다가 갑자기 터지는 바람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프간에서 폭발하지 않고 남아 있던 불발탄이 터져 발생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9년 4월14일 동부 라그만주에서 불발탄이 터져 15세 미만 어린이 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또 지난해 11월3일 북부 쿤두즈주에서도 같은 사고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7명이 목숨을 잃고 6명이 다쳤다.

지난해 8월 아프간 전쟁이 탈레반 재집권으로 20년 만에 끝났지만 곳곳에는 오랜 전쟁의 흔적으로 불발탄이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아프간 주둔 미군 사격장 부지에는 위험천만한 불발 수류탄과 로켓탄, 박격포탄이 가득했다. 지난해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면서 이들 사격장의 불발탄을 처리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군 사격장 부지 근처에서 놀다가 목숨을 잃거나 다친 어린이들이 수십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지뢰대책기구(UNMAS)는 아프간 어린이들이 고철을 주우러 다니다 불발탄 사고를 당할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러시아에 침공당한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불발탄이나 지뢰를 해체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데니스 모나스티르스키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지난달 18일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엄청난 양의 포탄이 발사됐고 이중 상당량이 폭발하지 않았다"며 "그것들은 여전히 잔해 밑에 남아 있으며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했다.

모나스티르스키 장관은 "이것들을 제거하는데 몇 달이 아니라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전쟁이 끝나면 이 거대한 과제에 대처하기 위해 서방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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