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취재본부 주철인기자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주철인 기자]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 안희수 할머니(93·경남 마산)가 21일 별세했다.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민족문제연구소는 안 할머니가 이날 오전 창원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고인은 마산 성호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44년 일본 도야마 군수공장 후지코시 회사로 동원돼 강제노역 피해를 봤다.
당시 일본인 교사가 “후지코시에 가면 상급학교에도 다닐 수 있고, 꽃꽂이도 배우고 돈도 벌 수 있다”는 등 거짓말로 선동했기 때문이다. 후지코시는 조선에서 근로정신대로 가장 많이 동원한 기업이다.
1945년 자료에는 조선 전국에서 동원된 1089명이 당시 이 회사에 근무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고인은 후지코시 공장으로 끌려간 이틀 뒤부터 바로 군대식 훈련을 받는 등 혹독한 노역을 이어갔다.
아침 식사는 밥 4분의 1공기, 단무지 한 개, 된장국이었고, 점심은 삼각빵 한 개가 전부였다. 고인은 자신의 몸 보다 두 배 이상 큰 선반 기계를 이용해 여러 작업을 했다. 그중 하나는 움직이는 기계에 기름을 넣어주면 그 기름에 깔때기를 대고 입으로 빨아올리는 일이었다.
고인은 어린 나이에 중노동으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느꼈고, 단 한 번도 노동에 대한 임금도 받은 적이 없다고 생전에 진술했다.
안 할머니 등 피해자들은 2003년 일본 현지 법원에서 후지코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2011년 최종 패소했다. 2013년 서울중앙지법에서 후지코시를 상대로 다시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승소했다.
그러나 안 할머니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기다리다 끝내 눈을 감았다. 소송을 제기할 때 원고는 피해당사자 13명과 유족 4명 등 17명이었으나, 안 할머니를 포함해 5명이 재판 도중 숨져, 현재 피해당사자는 8명만 남았다.
하지만 숨진 피해당사자의 유족들은 소송을 계속 진행할 각오다. 일본 등 국외로 강제 동원됐던 여성 근로정신대 피해자는 대부분 숨지고, 생존자는 지난해 기준 131명에 불과하다.
최연태 유족대표는 “할머니들 시름을 달래고 눈물을 닦을 수 있게 정부가 적극 나서주면 좋겠다”며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정부의 선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빈소는 창원정다운 요양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3일 오전 7시 30분이다.
영남취재본부 주철인 기자 lx90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