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낙하산 쏟아지는데 '공정하다'는 文 정부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 대원칙으로 삼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인재등용 기준을 밝히며 한 말이다.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금융노조와 ‘낙하산 인사 근절’ 협약을 맺고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임기 내내 친여(親與) 인사를 공공기관에 내리꽂는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정권이라는 오명도 얻었다.

전문성이 중요시되는 금융 공공기관도 예외는 없었다. 예금보험공사는 여당의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던 김정범 변호사를 사외이사에 임명했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 예비후보로 출마했던 박상진 상임이사와 선종문 사외이사, 민주당 정책실장을 지낸 이한규 감사까지. 예보 이사회에만 정계출신 인사 4명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원호준 전 방위사업청 무인사업부장을 상임이사에 앉혔다. 금융 경력이 없는데 기업지원본부장을 맡는다. 당장 캠코 노조와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이렇다 할 해명이나 사과가 없다. 오히려 임기 성과로 ‘공정한 사회’를 꼽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을 통해 “공정경제를 당연한 경제질서로 인식하고, 이를 문화와 관행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상생의 경제 환경을 조성해왔다”고 강조했다.

능력이 아닌 정치성향 덕분에 억대 연봉이 나오는 공공기관 임원에 오른다면 어떤 국민이 공정한 사회라고 생각할까. 만약 정부가 혈연·지연·학연으로 승승장구하는 사회를 바꾸겠다고 약속하면 어떤 국민이 믿어줄까. 지금 정부가 불공정 사회를 비판하고 바로잡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언론의 거친 낙하산 비판이 부적절하다고 생각되면 이제라도 설명하면 된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사들의 전문성을 이해할 수 있게 알려주면 된다. 우수한 능력을 갖춘 임원이라고 당당하게 설득하면 국민도 받아들일 것이다.

그럴 수 없다면 최소한 대통령이 직접 유감의 표시라도 해야 한다. 그게 ‘공정한 대한민국’을 추구하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일말의 설명도 사과도 없이 어물쩍 넘어가는 건 공정사회를 열렬히 바랬던 촛불시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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