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희기자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경제전문가들은 내년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느린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가장 큰 리스크로는 ‘가계부채’를 꼽았다.
1일 아시아경제가 경제관련 학회장·국책연구기관장·경제단체장·금융권 최고경영자(CEO) 등 국내 경제전문가 35명을 대상으로 한 ‘2022년 경제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3%는 내년 우리 경제의 전개 모습이 ‘나이키형 회복(완만한 회복)’을 보일 것이라고 답했다.
나이키형 회복은 급격한 경기하락 후 서서히 오름세를 보이는 곡선을 가라킨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4%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상황에서 내년엔 반등세보다는 더딘 회복에 더 가깝다고 본 것이다. 이어 ‘강한 반등’과 ‘회복 양상을 보이다 다시 위축’ ‘장기침체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은 각각 5.7%씩 차지했다.
느린 회복을 응답한 배경은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데다 기업 실적이 반등하면서 향후 성장 흐름이 크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작용했다. 앞서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우리 경제가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도 회복세를 자신하지 못하는 이유다. 최근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확산되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치사율, 전파력 등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아직 없어 파장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 일부 국가들은 국경 빗장을 걸어 잠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이 추가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는 가계부채를 꼽았다. 응답자의 68.4%(중복응답)는 대내 최대 리스크로 ‘가계부채 증가’를 선택했다. 특히 1순위 응답자의 37.1%가 가계부채가 우려할 수준이라고 답했으며, 두 번째 순위로 리스크가 크다고 답변한 전문가도 31.3%에 달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내년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에 따르면 3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844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1808조2000억원) 대비 36조7000억원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9.7%에 달한다. 고강도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확대되고 있다.
가계부채에 이어 33.8%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를 대내 리스크로 꼽았고 재정건전성 악화(30.2%)를 선택한 응답자도 30%를 넘었다. 금리 인상(29.6%), 새 정부 출범 초기의 정책 행정 불안(26.0%) 등을 리스크로 꼽은 전문가도 많았다. 일부 응답자는 내년 3월 선거 전후로 정책 대응 공백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대외 리스크로는 미·중 갈등이 61.3%로 가장 많았다. 1순위로 꼽은 응답자가 45.7%였으며 2순위 응답자가 15.6%였다. 이 외에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41.7%), 공급망 불안(33.8%),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29.4%) 등의 순이었다. 특히 미·중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전 세계 경기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도 국내 주력 제조업의 실적 회복세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반도체, 자동차 등 10개 수출 주력 업종 협회를 대상으로 ‘2021년 실적 및 2022년 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중 갈등과 원자재 수급 불안 등의 불확실성으로 제조업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