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대출 온상된 SNS]가짜 심사에도 '10% 대환대출 가능하세요'

공식 등록번호 요구하자 "곤란하다"며 잠적해
번호 바꾸고 게시글 삭제해가며 변칙 영업하기도
금감원, 유관기관 공조주기 단축하고 AI 고도화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26살인데 직업이 현재 없어요. 대부업체에서 자동차 담보로 1300만원가량 빌렸는데 저도 대환대출이 가능할까요?"

22일 기자가 직접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허위대출 심사에 임하자 "10%대 중반 금리로 대환대출이 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곧이어 신분증 앞면과 초본 전체내역, 주거래 통장 3개월 입출금거래명세서를 찍어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공식 등록번호를 알려주면 확인 후 보내주겠다고 하자 대출상담사는 "그건 곤란하다"며 "다른 상담사에게 대출 받으라"고 대답했다.

SNS로 활동하는 불법 대출 사기 업자들의 목표는 무직자나 군필자, 주부 등 씬파일러(금융 이력이 부족한 사람)에 해당하는 금융 취약계층이다. 시중은행을 비롯해 기존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 불법 대출의 수렁에 빠지기 쉽다. 주로 20·30을 노렸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중장년층의 SNS 이용률도 높아져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SNS상에서 불법 대출이 판을 치는 이유는 ‘편리성’ 때문이다. 업자 입장에서는 전단을 돌리거나 일일이 전화를 걸어 대출을 권유하는 것보다 SNS에 게시글을 올리는 게 저렴하고 효율적이다. 게다가 모바일로 대출을 알아보던 고객을 알고리즘으로 자연스럽게 꾀어낼 수 있다. 만약 페이지가 사라지거나 게시글이 삭제돼도 다시 만들어 영업을 펼치면 그만이다.

무더기처럼 쏟아지는 불법대출 광고…금감원, 공조주기 단축하고 AI 고도화

금융당국이 사전에 강력히 차단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이 없는 것도 애로사항이다. 현행법상 금융감독원은 인터넷과 SNS에 올라와있는 게시글을 삭제하거나 전화번호를 이용 중지할 권한이 없다. 게시글 삭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전화번호 이용 중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다. 불법 대출 광고 제보를 받은 뒤 확인 절차를 거치고 조치를 의뢰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불법 대출 광고를 확인하고 해당 계정에 사용된 번호의 정지를 의뢰하기 위해 확인절차에 돌입하면 "내 번호가 도용됐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조치가 이뤄지기 전 번호가 바뀌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게시글을 비밀글로 만들어 놓고 일부 사용자에게만 공개하는 꼼수도 횡행하고 있다. 하지만 무차별적으로 게시글을 삭제하기 어렵고 실행에 옮길 시 업체들의 반발과 항의를 받을 수도 있다.

심각성을 인지한 금융당국은 변칙적인 불법 대출광고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 중이다. 초단기로 번호와 링크를 바꿔가며 이뤄지는 불법 영업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의 공조주기를 단축할 방침이다. 올해 안 도입을 목표로 하는 인공지능(AI) 감시시스템도 적발 건수를 높이기 위해 고도화 중이다.

금감원은 불법 대부 광고는 ‘누구나 대출이 가능하다’는 식의 상식을 벗어난 문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반드시 제도권 금융회사 혹은 등록대부업체인지 확인해야 하며 어떤 식으로든 법정 최고금리를 넘었다면 해당 계약은 무효다. 피해확산 방지를 위해 불법 대부 광고 발견 시 금감원이나 지자체, 경찰 등에 신속히 신고해야 한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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