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었다' vs '먼저 조심했어야' 9년 전 시설물도 못 피한 '남혐 손동작' 논란

"어거지 공론화" vs "빨리 대응 했어야" 시민들 갑론을박
지난달 'GS25 광고' 포스터서 논란…온라인에서 남녀갈등 극심
국립 전쟁기념관 포토존 이미지 두고 '남혐 논란' 불거져
전문가 "상대 성과 소통하려는 자세 필요"

국립 전쟁기념관에 설치된 무궁화 포토존 /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편의점 브랜드 GS25 광고로부터 촉발된 이른바 '남혐 손가락'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9년 전 설치된 국립 전쟁기념관 시설물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이같은 손가락 논란에 대해 일각에서는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모든 특정 손모양을 남성 혐오로 치부하는 것은 억지라는 지적이다. 반면 남녀 간 젠더 갈등이 첨예한 시기인 만큼, 공공기관이 시설물 배치에 신중해야 했다는 반박도 나왔다.

전쟁기념관은 7일 공식 홈페이지에 "과거 제작된 무궁화나무 포토존의 이미지가 특정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는 문제가 제기됐다"며 "전쟁기념관 임직원 모두는 논란의 여지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반성하며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무궁화 포토존은 지난 2012년 무궁화 나무에 국민 희망 메시지를 적어 달도록 만들어 놓은 설치물에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2013년에 추가 제작 설치한 것"이라면서도 "현재 해당 포토존은 철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전시물과 게시물에 대해 전수조사에 착수, 유사 사례를 확인 중"이라며 "추가 발견 시에는 즉각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쟁기념관 무궁화 포토존에 설치된 시설물을 두고 '남혐 의혹'이 제기됐다. 포토존에 그려진 손 이미지가 급진적 페미니즘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쓰이는 남성 혐오 손동작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엄지와 검지를 오므린 형태인 이 특유의 손동작은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조롱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기념관 포토존 시설물은 지난 2012년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메갈리아는 그로부터 3년 뒤인 2015년 설립됐지만, 기념관 측은 논란이 확산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시설물을 철거한 것으로 보인다.

GS25 또한 검지와 엄지를 오므린 손동작 그림을 광고 포스터에 게재해 '남혐 논란'이 일은 바 있다. /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온라인 공간에서 화두에 오른 '남혐 손동작' 논란은 지난달 1일 GS25의 캠핑 상품 홍보 광고 포스터에서 시작됐다. 일부 누리꾼들은 포스터에 쓰인 손동작 모양이 메갈리아 손동작과 유사하다며 남혐 의혹을 제기했고, GS25는 광고 포스터를 삭제한 뒤 자사 명의로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남혐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 등 다른 업체 광고물로 논란이 번지는가 하면, 인기 여성 유튜버 '재재(31·본명 이은재)'에 대해서도 "시상식에서 '메갈리아'를 연상케 하는 손동작을 취했다"며 공중파 방송 출연을 금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달 9일에는 남혐 논란이 불거진 GS25 광고 포스터를 제작한 디자이너가 직접 해명글을 올렸다.

자신을 워킹맘 디자이너라고 밝힌 이 누리꾼은 이날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쓴 글에서 "저는 아들과 남편이 있고, 어떤 사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며 "저로 인해 오해를 사고 있는 다른 디자인팀 소식을 들었다. 디자이너 신상 캐기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남혐 논란'이 불거진 GS25 포스터 제작자가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 해명글을 올렸다. /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상황이 이런 가운데, '남혐 손동작' 논란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남혐 논란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반면, 젠더 갈등이 커진 시기인 만큼 이미지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광고업계에 종사하고 있다는 20대 직장인 A 씨는 "소위 남혐 손가락 증거라고 제기되는 것을 보면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집어 올리는 모양인데, 이런 손동작은 이전부터 여러 곳에서 광범위하게 쓰여왔다"라며 "이걸 모두 메갈리아의 증거라고 싸잡아 비판하면 이 세상에 남아나는 광고가 없을 거다. 누리꾼들이 도를 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회사원 B(31) 씨는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그림에 이미지를 삽입했는지 그 구체적인 맥락을 봐야지, 이런 식으로 어거지 공론화를 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며 꼬집었다.

반면 대학생 C(26) 씨는 "남혐 논란 이전에 만들어진 광고물은 억울한 측면도 있겠지만, 지금은 젠더 갈등 때문에 성별을 막론하고 전부 예민해진 게 사실"이라며 "민감한 부분인 만큼 업체 측에서 빨리 대응을 해서 애초 논란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는 첨예해진 젠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남녀 간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YTN'과 인터뷰에서 "젠더 갈등이 계속 심화하면서 한쪽 성별에 대한 무용론이 나오거나, 극단적으로는 상대 성을 향한 범죄 등이 치닫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서로 상대 성을 존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대 성에 대해 극단적으로 배제하는 마음이 아닌 소통하려고 하는 마음과 자세, 태도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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