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인력난] 성장 못 따라오는 인력수급… 이러다 'K-바이오' 불 꺼진다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 R&D인력
3년 만에 30% 늘어난 1006명

잇단 대기업 인력 수급 러시에
중소업체는 구인 점점 어려워져

정부 인력양성 계획은 현장과 '괴리'
석·박사 육성 위한 혜택 늘려야

셀트리온 연구진이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셀트리온)

[아시아경제 김지희 기자, 이춘희 기자] 한국 바이오산업이 성장기에 진입했음에도 인력 부족 문제가 성장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연구개발(R&D) 인력을 대거 흡수하면서 중소 바이오 업체가 수준급 R&D 인력을 구하기는 점점 어려워졌다. 3~4년가량 경력을 쌓은 뒤 규모가 큰 제약사나 바이오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면서 "중소업체는 사관학교"라는 말까지 나온다.

전문성이 중시되는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경력직과 석·박사급 인력 부족이 당분간 불가피한 만큼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R&D 1000명’… 블랙홀 된 삼바·셀트리온

24일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R&D 인력은 올해 1분기 기준 1006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 말 670명(삼성바이오로직스 154명·셀트리온 516명)이던 두 회사의 R&D 인력이 2년여 만에 30% 넘게 증가한 것이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R&D 조직은 154명에서 354명으로 두 배 넘게 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위탁개발(CDO) 부문에 일이 몰리면서 관련 채용을 늘렸고, 기술이전 담당부서인 공정기술(MSAT) 부문 역시 수주 증가에 따라 선순환적으로 인력이 증가했다"며 "수요에 맞춰 필요한 인력들을 정기 또는 수시로 계속 증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제약사들도 신약 개발 등 사업 확대에 따라 R&D 인력을 꾸준하게 늘리고 있다. 유한양행은 2018년 말 267명에서 지난 1분기 280명으로 4.9%, 은 512명에서 552명으로 7.8% 늘어났다. 대웅제약의 R&D 인원은 117명에서 242명이 됐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와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며 전사적인 차원에서 R&D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기업들의 사업 확장은 고스란히 중소 바이오업체들의 인력난 심화로 이어진다. 중견제약사 관계자는 "중소·중견 바이오기업은 물론 전통 제약사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으로의 이직이 활발하다"며 "이들 기업은 인재 영입을 위한 투자에 더욱 적극적인 데다 기업의 미래 비전 측면에서도 중소업체 직원들의 선호도가 높아 이직을 말릴 명분도 없다"고 토로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산업 전체적으로 R&D 인력 부족이 누적됐는데 최근에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과 같이 국내에서 기초연구가 이뤄진 적 없는 신기술까지 각광받으면서 특화된 인력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며 "대학에서 바이오 관련 학과를 키우고는 있지만 인력이 시장에 충분히 공급되려면 10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박사 육성 위해 실질 지원 늘려야"

한국바이오협회의 ‘국내 바이오산업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바이오의약 산업의 석·박사 등 고급인력 비중은 전체의 30%에 육박한다. 바이오의약산업 종사자 2만894명 중 박사가 1483명, 석사가 4736명이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R&D 파트는 석사급 이상이 요구된다"며 "특히 신약 개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대기업들도 신약 개발에 계속 진출하고 있고 바이오벤처들도 임상, 제조품질관리(CMC) 인력의 영입을 모두 마친 상태에서 창업하고 싶어한다"며 "수요가 빠르게 느는 데 비해 인력은 부족한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성진 메드팩트 대표는 "해외 인재를 영입하려 해도 대부분 유럽이나 일본으로 우수 인재가 쏠리는 만큼 국내에서 좋은 인력을 키우는 게 낫다"면서 "석사급 인력을 훈련시켜 업무에 투입하고, 우수 인력은 산학협력을 통한 박사급 과정을 밟게 하는 일본의 인재 양성방식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바이오 인력 양성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현재 정부는 제약산업 특성화대학원, 규제과학(RA)전문가 양성교육 등의 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연간 2000명(석·박사 150명) 배출을 목표로 인천 송도에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제약산업 특성화대학원은 석사급 양성에 그치고 있고, RA 전문가와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도 직접적 R&D 인력 배출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은 "R&D를 교육으로만 볼 게 아니고 산학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위탁학과, 계약학과가 있지만 실제 혜택이 적다보니 학생들의 지원이 적은 만큼 정부에서 이에 대해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중개연구 전문인력 확보도 힘들고, 바이오벤처는 스톡옵션 외에는 마땅한 유인책이 없다"며 "외국인에게도 원활한 스톡옵션 부여가 가능토록 하는 한편 내국인 대상으로도 스톡옵션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중개연구는 전임상~임상1상 단계에서 이뤄지는 후보물질 평가, 독성 확인 등의 연구를 뜻한다.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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