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돈기자
이정윤기자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이정윤 기자] GS25는 최근 젠더갈등의 격전지가 됐다. 홍보용으로 제작한 포스터에 여성 중심 커뮤니티인 '메갈리아'에서 남성을 비하할 때 쓰는 상징물이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포스터를 수정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남성 이용자가 다수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GS25에 대한 불매는 물론, 주가 끌어내리기 운동으로 번졌다. 또 GS25의 군부대 PX 계약을 철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도 등장했다.
남성 비하 논란은 곳곳에서 터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지난해 7월12일 방송된 KBS2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경북 울릉도편 식사 장면에서 '허버허버'라는 자막을 쓴 것이 남성 혐오 행위라고 주장한다. 허버허버는 인터넷 신조어로 정확한 어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남성들은 "게걸스럽게 먹는 한국 남성을 깎아내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며 목소리를 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도 해당 단어를 자막으로 사용해 논란을 받기도 했다. 허버허버 외에도 남성 정자 수를 비하하는 뜻이 있다며 '오조오억개'라는 신조어도 남성 혐오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신조어를 둘러싼 갈등 외에도 개그우먼 박나래와 방송인 김민아 등 여성 연예인들의 19금 발언과 행동이 남성 혐오 논란을 낳기도 했다. 해당 언행에 대한 사과에도 프로그램 하차 요구 등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젠더갈등은 여성들이 임금차별 등 우리 사회에서의 유리천장을 주장하던 것에서 현재는 남성들이 이를 역차별이라며 남성 혐오로 의심할만한 표현이나 행동에 대해 반발하는 형태다. 남성 중심 커뮤니티에선 '페미는 거르는 게 답', '남성이 피해자다'라는 취지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군 복무 문제를 비롯해 남성 1000여명의 불법촬영 나체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된 것과 관련해서도 남성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젠더갈등은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넘어 청소년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특히 남녀 공학 중·고등학교에서 남학생과 여학생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학생들마저 성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학생들간 젠더갈등도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것. 유튜브 등 SNS의 주 소비층인 학생들이 젠더 이슈가 촉발할 때마다 교내에서 페미니즘과 안티페미니즘 구도를 형성해 대립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사 정모(34)씨는 “남자의 군대와 여자의 임신이라는 단순한 주제를 넘어 민감한 젠더 이슈에 대해서도 늘 갈등이 빚어지고 있어 교사들도 곤란한 상황”이라며 “교육과정 자체가 성인식 변화의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다보니 학교에서도 학생들 간 젠더갈등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극단적인 주장이 과잉 대표되고 전체의 것처럼 보여 젠더갈등이 극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젠더갈등과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던 것이 사실인데 혐오를 부추기고 상대방을 지나치게 비난하려는 일부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취업이 어렵거나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이러한 고통을 외부의 소수, 여성 등에 돌리고 자신은 우월감을 얻으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스컴의 발달로 일부의 의견도 부각되기 쉽고 다수 사람의 생각처럼 착각하게 할 수 있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