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 입찰금액 실수로 '0' 하나 더 붙였다가… 3억 날린 사연

33억을 330억으로 적어
낙찰받았지만 매각 취소
공매보증금 반환도 안돼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공매에 넘겨진 부동산 입찰에 금액을 잘못 써낸 입찰자가 낙찰 무효를 주장하며 공매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김국현)는 A씨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 등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세무관청의 부동산 공매공고에 예정가격(33억원)에 ‘0’을 하나 더 붙인 330여억원 써냈다. 이후 오기임을 주장하며 "낙찰자로 결정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캠코는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결국 낙찰됐지만 매수대금 미납으로 매각결정은 취소됐고, 이에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동시에 입찰 당시 납부한 보증금 3억원을 돌려달라며 캠코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에서 "입찰금액이 최저입찰가보다 현저히 높아 캠코도 입찰금액이 오기임을 잘 알 수 있었다"면서 "매각결정은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 무효여서 이를 전제로 한 취소처분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하지만 캠코의 매각결정과 취소처분에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명확성과 안정성이 요구되는 공매절차 특성상 입찰자의 오기 등의 사정이 매각결정을 할 수 없는 중대한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입찰의 변경 또는 취소를 인정하면 절차 혼란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했다.

A씨가 입찰에 앞서 확인하고 동의한 입찰참가자준수규칙 내용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해당 규칙에는 ‘입찰자가 제출한 입찰서는 변경 또는 취소할 수 없다’, ‘입찰자는 입찰 후 본인의 입찰서 제출 등을 직접 확인해야하고 이를 확인하지 않아 입은 불이익 등은 입찰자 본인이 책임을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3억원 반환 청구에 대해서는 "캠코의 취소 처분이 무효라는 주장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현행 국세징수법은 매수인이 매수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매각결정이 취소된 경우, 보증금을 압류와 관계되는 국세 등에 충당토록 하고 있다. 결국 A씨는 부동산 공매입찰서에 ‘0’을 하나 더 붙이는 바람에 3억원을 일면식도 없는 체납자에게 기부한 꼴이 되어 버린 셈이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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