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현직 근로감독관, 논문 통해 '주휴수당 폐지' 주장

"근로자 휴일, 최저임금제 등으로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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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임금 체불 등 노동법 위반 행위를 단속해온 현직 근로감독관이 주휴수당 제도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11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정석은 근로감독관은 최근 연구원이 발간한 '노동정책연구'에 실린 논문에서 주휴수당 관련 근로감독을 통해 법과 현실의 괴리를 경험했다며 "주휴수당은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휴수당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1주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규정에 따른 것으로, 근로자가 유급휴일에 받는 임금을 의미한다. 유급휴일은 1주 동안 소정 근로일을 개근한 근로자에게 부여된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 대부분 근로자의 임금 수준이 낮고 최저임금 제도도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자가 돈이 있어야 쉴 수 있다'는 고려에 따라 도입됐다.

주휴수당을 둘러싼 논란은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면서 불이 붙었다. 인건비 부담이 커진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주휴수당을 없애달라는 요구가 커진 것이다. 정 근로감독관은 주휴수당이 근로의 직접적인 대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임금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휴일(주휴수당을 받는 유급휴일)은 근로 제공 의무에서 벗어난 시간이고 현실의 근로 제공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주휴일에는 임금이 발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휴수당은 근로의 대가라기보다는 근로자의 생활 보장을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정 감독관은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 고려했던 '생활이 열악한 근로자의 휴일 보장'을 이제는 개별 사용자에게 맡길 게 아니라 최저임금제와 근로장려세제 등을 통해 국가가 책임지는 수순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휴수당을 폐지하면 근로자의 임금이 감소할 수 있어 노동계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정 감독관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임금을 책정하고 주휴수당을 추가로 지급하는 게 아니라 임금 총액부터 정하고 주휴수당을 그 안에 끼워 맞추는 현실에 주목했다. 그는 "주휴수당과 상관없이 임금을 결정하는 실태를 보면 주휴수당을 폐지한다고 해도 임금 감소는 없을 것"이라며 "특히 노사관계를 고려할 때 경영 위기가 아닌 이상 기존 임금 수준을 낮춘다는 가정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시급 근로자 등은 주휴수당 폐지가 임금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 이에 정 감독관은 "주휴수당을 폐지할 경우 경제적으로 열악한 근로자도 휴일을 누릴 수 있도록 최저임금 결정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휴수당 폐지와 최저임금 인상을 연계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정 감독관은 사용자가 주휴수당 지급 의무를 피하려고 '근로시간 쪼개기'를 해 초단시간 근로자를 양산할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근로기준법상 1주 소정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에게는 주휴수당을 안 줘도 된다. 그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연차유급휴가와 퇴직금 등도 적용되지 않는다"며 초단시간 근로자의 양산으로 근로 조건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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