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포럼]새로운 유통혁신, '라이브 커머스' 규제 신중해야

의식주는 인간 생존의 기본요소다. 어느 정치체계이든 의식주의 풍요를 이룬다면 국민의 지지와 체제의 안정을 보장받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의 부동산 가격 폭등은 생존의 기본요소인 '주'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증폭시키면서 정권의 유지에 치명적일 수 있다. 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역시 전세 계약한지 1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으나 현재 수 억원 이상 폭등했으니 매일매일이 한숨이다.

그러나 '의'와 '식'은 코로나19에도 저렴하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 과거 대형유통업체, 재래시장 등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구조는 생산자의 입점기회를 제한하고 소비자의 다양한 상품 및 가격 접근에 한계가 있었다. 온라인 쇼핑은 이러한 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티셔츠 하나를 구매하더라도 수십여개 업체의 다양한 상품을 접할 수 있으며 손쉽게 가격비교도 가능하다. 이러한 유통혁신은 중소상인들의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하고 그 결과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 기회를 증진시켰다.

특히 최근 '라이브 커머스'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별도의 스튜디오나 전문 장비 없이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편리하게 라이브를 진행할 수 있어 중소상인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TV홈쇼핑의 경우 대기업 제품 중심으로 운영돼 중소기업이 진출하기에는 문턱이 높다. 그러나 지난 1월 기준 네이버의 대표적 라이브 커머스 '쇼핑라이브'의 전체 판매자 중 80%가 중소기업이다. 라이브 커머스는 언택트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사업자들에게 중요한 고객 확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돈과 한우를 판매하는 '미트스튜디오'는 월 30회, 동대문 패션상품을 판매하는 '제니에디션'은 월 20회씩 꾸준히 쇼핑라이브를 진행해 2~4개월만에 매출을 10배 가까이 올리고 단골고객도 늘렸다. 충남 금산에서 패션 매장을 운영하는 '모노타임'은 한달간 7회 라이브를 진행하며 420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가평 고암사과농원 생산자는 쇼핑라이브를 통해 총 3500박스, 약 8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해당시에는 서울시 상생상회와 손잡고 수해 농가의 농산물을 소개하는 특별 라이브를 진행하는 등 지역과 적극 상생협력도 추진중이다. 이러한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쿠팡·G마켓·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 뿐만아니라 페이스북(인스타그램), 틱톡, 아마존, 구글(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도 적극 참여중이다.

라이브 커머스도 허위과장·부당비교·기만적 또는 비방적인 표시 광고를 할 경우 표시광고법의 규제를 받는다. 또 이용약관이나 운영정책에 따라 라이브 콘텐츠에 허위과장 광고 등이 포함될 경우 방송 중지, 다시보기 노출 제한, 영상 삭제 등 조치도 취할 수 있다. 문제가 된 상품에 대해 수정 또는 판매 금지도 취할 수 있으며, 판매자에 대해 이용 정지 및 계약 해지도 가능하다. 이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응당 필요한 규제다.

일각에서는 TV홈쇼핑과 유사한 편성규제, 방송심의규제, 기금지원 등과 같은 의무까지 부과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하지만 이는 타당하지 않다. TV홈쇼핑과 라이브 커머스는 그 속성이 다르다. TV홈쇼핑은 공적 자원이자 희소한 자원인 주파수를 이용하므로 소수의 허가된 사업자만 진입할 수 있는 방송사업이다. 라이브 커머스는 주파수와 같은 희소 자원이 아닌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다. 만약 TV홈쇼핑과 동일한 규제가 라이브 커머스에 적용된다면 결국 라이브 커머스 사업자의 관리 비용이 증가되고 이는 입점 수수료에 반영되어 리스크가 높은 영세사업자의 이용이 제한될 것이다. 불합리하고 과도한 규제로 이제 막 지펴지기 시작한 중소 영세상인의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아야 한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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