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과학자들, 새로운 입자·힘 존재 가능성 확인

기초과학연, 미 페르미 연구소 주도 뮤온 연구 참여해

뮤온 g-2 실험의 핵심 장치인 뮤온 저장 고리.<br /> 뮤온 저장 고리가 검출기와 뮤온 빔라인, 여타 장비들에 둘러싸여 있다. 저장 고리 내부는 섭씨 ?267도로 유지되며, 고리 안의 자기장은 극도로 균일하게 유지된다. 뮤온은 뮤온 저장 고리 안에서 빛의 속도에 가깝게 저장된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현재까지 확인된 기본입자 외에 추가 입자 혹은 힘의 존재 가능성이 커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따르면, 미국 페르미 연구소는 8일 한국 연구진이 포함된 국제 공동 연구 ‘뮤온 g-2’ 실험을 통해 뮤온이 현대 물리학의 예측과 다르게 행동함을 신뢰도 4.2 시그마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뮤온이란 전자의 무거운 형제 격으로, 고에너지 입자들이 충돌할 때 발생한다. 약 2 마이크로 초의 수명을 가진다. 일반적으로 어떤 실험의 신뢰도가 3 시그마(99.7%)면 ‘힌트’의 범주에 들어가고, 5 시그마(99.99994%) 이상이면 ‘발견’으로 인정된다.

기초연 소속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단장과 연구진 등 8명은 페르미 연구소를 비롯한 공동 연구진과 함께 뮤온 흔들림을 측정해 발표했다. 수십 년 간 미제로 남아있던 이론과 실험의 불일치를 확인한 것으로, 새로운 물리학을 개척할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물리학의 정수인 표준모형은 아원자(중성자, 양성자, 전자처럼 원자보다 작은 입자) 세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이다. 우주를 이루는 쿼크, 전자, 뮤온, 중성미자 등의 기본입자와 중력을 제외한 세 가지 힘(전자기력, 강력, 약력), 그리고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서술하고 있다.

뮤온은 이러한 아원자 세계를 비추는 거울처럼 작용한다. 강력한 자기장 하에서는 뮤온의 자석 축이 팽이처럼 흔들리고, 이 흔들림은 g 값으로 표현된다. 뮤온은 진공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무수한 가상입자들과 상호작용하므로, g 값도 그 영향을 받는다. 과학자들은 표준모형을 이용해 이 g 값을 매우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만약 진공에 우리가 모르는 입자나 힘이 있다면, g 값은 예측과 달라진다. 여기서 진공이라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아닌, 나타났다 사라지는 무수한 가상 입자들로 채워져 있다. 이를 양자 진공 혹은 양자 거품이라고 한다.

이번 결과는 뮤온 g-2 실험을 첫 1년 간 운행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로, 뮤온 g 값을 2.00233184122로 새로 제시했다. 표준모형으로 계산한 이론값은 2.00233183620 이었다.

이번 실험의 신뢰도인 4.2 시그마는 과학적 발견 기준인 5 시그마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강력한 증거이다. 이번 결과가 통계적 오차로부터 기인했을 확률은 4만 분의 1이다. 이는 선행 실험인 브룩헤이븐 연구소 실험(1997~2001년)이 신뢰도 3.7 시그마로 제공한 힌트를 1년 만에 더 높은 신뢰도로 확인한 것이다. 현재 뮤온 g-2 실험의 2차와 3차 데이터를 분석 중이며, 4차 실험이 진행 중이다.

IBS 연구진은 이번 실험에서 뮤온 저장 고리 내 자기장을 균일하게 유지하고, 뮤온 궤도 진동 효과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 실험의 의사 결정 기구인 기관 위원회(Institutional board)의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단장은 “이번 결과는 뮤온이 표준모형에 없는 입자 혹은 힘과 민감하게 상호작용한다는 강력한 증거”라며 “지금까지 분석한 데이터는 뮤온 g-2 실험이 궁극적으로 모을 데이터의 6%에 지나지 않는다. 첫 번째 실험 결과부터 표준모형과의 흥미로운 차이를 보여줬으며, 향후 몇 년 간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고는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IF=8.385)에 8일자로 게재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4차산업부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