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지휘 수용한 조남관의 변수… '부장회의에 고검장 넣겠다'(종합)

조 직무대행 "대검 부장검사만으로는 공정성 담보 어려워"… 일선 고검장 6명 참여할 예정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대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했다. 다만 박 장관이 지시한 부장회의의 경우 공정성을 담보하기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일선 고검장들도 회의에 참여토록 할 방침이다.

18일 조 직무대행은 "대검은 이번 사건 처리과정에서 합리적 의사결정 지침에 따라 공정성을 담보하고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미흡하다는 장관의 수사지휘서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이 지시한 대검 부장회의를 신속히 개최해 재심의하겠다는 것으로 감찰부장과 임은정 연구관 등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부장회의에 일선 고검장을 넣겠다는 변수를 뒀다. 대검 내 부장검사만으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조 직무대행의 판단이다. 실제 당초 부장검사 회의에는 조 직무대행과 한동수 감찰부장을 비롯해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 이정현 공공수사부장, 이종근 형사부장, 고경순 공판송무부장, 이철희 과학수사부장, 조종태 기획조정부장 등 검사장급 부장 7명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모든 부장의 참여'를 명시한 배경으로 현 대검 부장단 진용을 꼽았다. 한 부장은 임 연구관과 함께 모해위증 사건에 대해 기소의견을 낸 바 있고 이종근 부장과 이정현 부장도 친정부 성향 인사들이다. 고경순 부장 역시 지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직무정지 사태 당시, 한 부장과 뜻을 같이 했다. 대검 부장 회의는 안건에 대한 의견이 일치되지 않을 경우, 출석 인원 과반수 찬성으로 결론을 도출하기 때문에 '임 검사 뜻에 동조한다'는 의견이 더 많이 나올 수 있었던 상황이다.

이에 조 직무대행은 조상철 서울고검장, 오인서 수원고검장, 강남일 대전고검장, 장영수 대구고검장, 박성진 부산고검장, 구본선 광주고검장 등 일선 고검장 6명을 대검 부장회의에 참석시켜 심의의 완숙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대검 예규인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대검 부장회의의 경우 검찰총장은 사안에 따라 대검찰청 부장 중 일부만 참석하게 하거나, 고등검찰청 검사장, 지방검찰청 검사장 또는 대검찰청 사무국장 등을 참석하게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검은 이날 중 부장회의 개최를 위한 일정 조율과 안건 등을 구체화해 참석자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조 직무대행이 일선 고검장 참석이라는 변수를 뒀지만 회의 결과를 예단하기는 힘들다. 우선 기소 의견에 무게가 실릴 경우, 불똥은 검찰 수사팀에 튄다. 모해위증 혐의로 재소자 김모씨가 재판에 넘겨지면 위증 교사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 사건 수사팀 검사들의 공소시효는 자동으로 정지된다. 검사들에 대한 정식 수사도 시작된다. 해당 검사의 교사 혐의가 부각되면 직접 수사권 박탈 등 검찰개혁의 새 명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부장회의에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로 조 직무대행에게 보고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조 직무대행이 회의 결과를 토대로 최종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법무부 역시 "회의에 바탕해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총장(대행)이 해 달라는 것"이라며 "어떤 결정이든 박 장관은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변수가 없지는 않다. 조 직무대행이 불기소 의견을 주도할 가능성도 있다. 조 직무대행은 앞선 무혐의 처분의 최종 책임자로 본인의 판단을 스스로 뒤집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게다가 윤 전 총장의 징계 사태와 최근 검찰 인사에서 잇따라 소신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당시 한 전 총리 수사팀에 대한 감찰은 즉각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박 장관이 사건 관계인에 대한 인권침해적 수사방식이 있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며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가 합동해 위법·부당한 수사절차 및 관행에 대해 특별점검을 지시해서다.

한편 박 장관의 수사지휘를 놓고 검찰 내부에서의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박 장관이 수사지휘를 통해 직접 기소를 지시하는 대신 대검 부장회의를 내세워 본인의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에 실망감을 드러내는 검사들이 늘고 있다. 검사 A씨는 "추 장관은 차라리 용맹하기라도 했던 것 같다"며 "내용은 기소하라는 건데, 정작 형식은 부장회의에서 심의하라고 돼 있어 장관이 직접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꼬집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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