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청구서' 날아들 시간…각국서 고개드는 증세론

바닥 난 재정 채우기 고심
英 법인세 인상 공식화
美 초부유층과세안 발의
국내서도 증세론 기지개
이재명 목적세 언급
與 사회연대특별세 법안 등 발의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전진영 기자, 구채은 기자] 코로나19 위기 대처에 막대한 돈을 풀던 각국 정부가 이제 텅빈 곳간을 채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잇따라 증세론을 꺼내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치권도 이미 증세가 화두로 떠오른 상태다. 결국 국민들에게 ‘코로나 청구서’를 내밀겠다는 것이다.

영국 이어 미국도 ‘코로나 증세’ 움직임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사진)은 초부유층과세법안(Ultra Millionaire Tax Act)을 발의했다. 법안은 순자산 5000억달러가 넘는 자산가에게 매년 2%, 10억달러가 넘는 자산가에게 매년 3%의 재산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상위 부자 100명이 세금으로 780억달러를 더 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이들의 자산은 5980억달러 늘었고 이 중 13%를 세금으로 내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집권 민주당이 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소득이 아닌 재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는 지지하지 않는다며 법안 통과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9월이면 "우리는 99%다"를 외친 월가 점령 시위 10주년이 된다며 경제적 불평등까지 목표로 내건 초부유층과세법안의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고 전했다. 주정부에서는 소득세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뉴욕주는 연 10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에게 특별소득세를 향후 3~5년간 한시적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워싱턴주 의회는 최근 2만5000달러 이상 자본 소득에 7%의 세금을 걷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영국은 오는 3일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법인세 인상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리시 수낙 재무장관은 현재 19%인 법인세율을 올 가을부터 20%로 인상하고 장기적으로 23%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공개한다. 현재 집권 정당인 보수당이 전통적으로 감세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법인세 인상은 눈길을 끈다. 보수당은 2010년 집권한 뒤 당시 28%였던 법인세율을 꾸준히 인하해 2017년 이후 19%를 유지해왔다.

국내서도 고개 드는 증세론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증세론을 제기하고 있는 사람은 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대표적 ‘증세론자’인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해 일반기본소득목적세와 데이터세·로봇세·환경세·토지세 등을 포함한 특별기본소득목적세를 걷는 방안을 언급하고 있다. 이 지사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기본소득으로 공평하게 지급되는 기본소득목적세를 징수하면 90% 이상의 가구가 내는 세금보다 받는 기본소득이 많아 일반적 증세보다 국민 동의가 용이하다"고 언급했다.

구체적 증세 방식에 대해서는 여당에서도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사회연대특별세’를 이달 초 발의할 예정이다. 세후 소득 1억원 이상인 개인 57만명과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목적세를 약 3년간 한시적으로 추가 부과하는 내용이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도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내국법인 및 국내원천소득이 있는 외국법인에 대해 10년간 한시적으로 청년세를 부과하는 ‘청년 금융 사다리법’을 발의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6일 전체회의에서 "지금쯤이면 재정당국에서도 증세 방안을 공론화해야 한다"며 "화끈하게 지원하고 화끈하게 조세로 회복하는 체제가 정직한 접근"이라며 증세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만 여당 안팎에서는 증세론에 대해 "당론으로 확정되지 않은 안"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4월7일 서울시장 등 굵직한 보궐선거를 앞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 ‘신복지 체제’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증세에 부정적 입장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조세 법정주의라는 점에서 이론상 불가능하지 않느냐"면서 "법률이 개정돼야 증세든 감세든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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