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초기 단계 투자 줄었다…'엑시트 생태계 조성해야'

코로나 영향, 안정적 투자처 선호 경향 높아져
해외VC 메가투자에 의존…국내 자본시장 취약
"IPO나 M&A는 앞으로 모든 스타트업의 숙제"

아시아경제DB=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창업 기업은 크게 늘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발표한 ‘창업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48만4667개 기업이 창업해 전년 대비 15.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투자 유치액은 10억달러였다. 전년 동기 대비 37.9% 감소한 수치다. 시드, 초기, 후기 단계 투자 모두 감소세를 기록했으며 특히 전년도에 크게 늘었던 초기 단계 투자의 감소 폭이 컸다.

창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세계시장에서 투자액은 눈에 띄게 준 현실은 한국 스타트업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한국 스타트업의 유니콘 진입이 해외 벤처캐피털(VC)의 대규모 투자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니콘이 될 가능성은 더 낮아지고, 경쟁은 한층 치열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유니콘에 목매기보다는 크든 적든 엑시트(지금회수)가 이뤄지는 투자 생태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초기 단계 투자 줄어= 국내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퀀텀 점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 단계를 거친다. 이는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국내 유니콘 기업들이 유치한 투자 자금 중 해외 자본 비중이 90% 이상일 정도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올라서는 것은 세계 투자시장 동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 스타트업 투자는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이며 후기 단계와 선진국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시대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한국으로의 스타트업 투자액에서 초기(25.2%) 투자 비중은 2019년 같은 기간의 45.1%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후기 단계 투자 비중(72.9%)이 19.4%포인트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스타트업 투자는 투자 금액별로 300만달러 미만을 시드, 300만달러 이상 1500만달러 미만을 초기, 1500만달러 이상을 후기로 구분한다.

투자액도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초기 단계 기업에 2억5300만달러 투자에 그쳐 전년 동기의 7억2800만달러 대비 65% 이상 감소했다. 후기 단계 투자액도 줄었지만 감소 폭은 15% 내외에 그쳤다. 보고서를 작성한 유서경 무역협회 연구원은 "안정적인 후기 단계 위주의 보수적 투자 성향이 확연하다"고 진단했다.

◆엑시트 생태계 활성화 필요= 스타트업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무게중심을 유니콘보다 엑시트 활성화에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타트업은 투자를 통해 성장하고, 투자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는 스타트업의 엑시트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투자의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가치 1조원이라는 유니콘에 연연하기보다는 각 기업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 큰 금액이든 적은 금액이든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등으로 기업가치를 회수시장에서 공식적으로 평가받는 엑시트가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글로벌시장에서의 엑시트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한 스타트업 다수가 외국 자본의 투자를 받았고 유니콘의 경우 국내 여건상 유력한 엑시트 전략 중 하나로 해외 기업과의 M&A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IPO나 M&A는 앞으로 모든 스타트업의 숙제"라고 강조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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