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구속영장 기각…'범죄혐의 소명 부족·다툼 여지 있어'(종합)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8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전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56)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9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백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오세용 대전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날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윗선에 대한 검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범행은 피의자가 산업부 장관으로서 직권을 남용해 한수원(주) 및 그 관계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위 관계자들의 월성 1호기 관련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인데, 피의자는 원전의 즉시 가동중단을 지시하거나 경제성 조작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다투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한 사실 및 그로 인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사실이 모두 증명돼야 하는데, 위와 같은 불확정개념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범죄를 해석·적용할 때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엄격해석의 원칙 및 최소침해의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고 밝혔다.

오 부장판사는 "그런데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피의자의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부족하고, 범죄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이므로, 피의자에게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어 "또한 이미 주요 참고인이 구속된 상태이고, 관계자들의 진술이 확보된 상태여서 피의자에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2시 40분께부터 시작된 백 전 장관의 영장실질심사는 6시간이 넘는 검찰과 백 전 장관 양측의 치열한 공방 끝에 오후 8시 50분께 종료됐다.

애초 검찰은 이날 검찰청사에서 구인영장을 집행한 뒤 백 전 장관을 법원으로 이어지는 지하통로로 수사관과 함께 이동시킬 계획이었으나, 백 전 장관은 변호인과 함께 법원으로 직접 나왔다.

백 전 장관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대기 중이던 취재진에게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국정과제로 법과 원칙에 근거해 적법 절차로 업무를 처리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백 전 장관은 영장심사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월성 1호기 폐쇄 관련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앞서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들의 행위와도 자신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장관은 월성 1호기 폐쇄에 앞서 당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고 감사원 감사를 방해하기 위해 관련 서류들을 삭제하는데 관여한 혐의(직권남용 및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감사원법 위반)를 받고 있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백 전 장관은 2018년 4월 원전정책담당 산업부 직원이 월성 1호기 가동을 잠정적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보고하자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으로 재검토하라"고 질책했고, 이후 '한수원 이사회의 원전 조기 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 중단할 것'이라는 취지의 방침이 정해졌다.

검찰은 이 같은 방침이 정해지면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또 검찰은 산업부가 한수원 신임 사장 경영성과협약서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이행을 포함하도록 하는 과정에도 백 전 장관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해왔다.

백 전 장관은 앞서 재판에 넘겨진 산업부 공무원 3명이 원전 관련 자료 530건을 삭제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월성 1호기 폐쇄에 앞서 당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경제성 평가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월성 원전 운영 주체인 한수원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지난 4일 백 전 장관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전지검은 지난해 12월 월성 1호기 폐쇄 관련 문건을 삭제한 혐의(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감사원법 위반·방실침입)로 산업부 공무원 2명을 구속기소하고, 나머지 1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모두 3명을 재판에 넘겼다.

한편 전날 원자력살리기국민행동(국민행동)은 원전 조기 폐쇄 결정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김수현 전 사회수석·문미옥 전 과학기술보좌관·김혜애 전 기후환경비서관 등 3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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