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뽀삐뽀 아팠어' 정인이 '빙의' 유튜버 무속인…도 넘은 장삿속 '눈총'

"엄만 때렸고, 아빤 보기만 했다"
정인이 죽음 악용하는 유튜버 빈축
'정인아 미안해' 굿즈 판매에 비난 쇄도

정인이 학대 상황을 묘사하는 한 무속인 유튜버. 사진=해당 유튜브 화면 캡처.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난 아팠고 '삐뽀삐뽀' 아저씨들이 나를 내버려 뒀어요."

생후 16개월 여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이른바 '정인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인이와 영적 대화를 나눴다는 무속인 유튜버들이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몸속에 정인이의 영혼이 들어왔다고 주장하며 학대 상황 등을 자세히 묘사했다. 특히 일부 유튜버는 정인이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빈축을 사고 있다. 시민들은 아이의 비극적인 죽음을 돈벌이에 악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한 무속인 유튜버는 '정인아 미안해'라는 제목으로 정인이 영혼과 접신한듯한 영상을 게재했다. 그는 정인이에게 빙의된 듯 말하며 "난 아팠고, '삐뽀삐뽀' 아저씨들이 나를 내버려 뒀다"며 "아빠는 보기만 했다. 내가 맞는 것 보고도 그냥 가만히 있었고, 엄마는 틈만 나면 때렸다"고 말했다.

이는 여러 차례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찰과 정인이를 상습 학대한 정황이 있는 양모, 이를 방조한 양부 등에 관한 내용을 종합해 말한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일자 해당 유튜버는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또 다른 무속인 유튜버는 양부모의 친딸이자 정인이의 언니를 가해자로 만드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하기도 했다.

해당 무속인은 "정인이의 영혼과 대화했다"고 주장하며 "정인이와 영적 대화에서 너무 큰 충격을 받아 영상을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 무속인은 "난 언니 장난감이었어. 언니가 날 뾰족한 거로 찔렀어"라고 말했다.

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 양을 추모하며 시민들이 두고 간 선물과 메시지 등이 놓여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를 두고 시민들은 정인이의 안타까운 죽음을 유튜브 조회 수·구독자 늘리기 등에 이용한다고 지적하며, 학대로 목숨을 잃은 아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직장인 김모(27)씨는 "아이의 고통이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는 게 너무 슬프다"며 "이런 비극적인 일로 꼭 돈을 벌어야 하나. 16개월 동안 제대로 된 사랑 한 번 받지 못한 아이의 이름을 팔아 돈을 버는 것은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일갈했다.

누리꾼들 또한 "짧은 생을 살다간 아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건 아니지 않나", "적당히 좀 해라", "가여운 아이를 두 번 죽이지 말아달라" 등의 격한 반응을 보였다.

비판이 쏟아지자 일부 무속인 유튜버들은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댓글 창을 차단했다.

앞서도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들이 정인이를 추모하는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를 통해 자신의 쇼핑몰, 가게 등을 홍보해 누리꾼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이들은 '#정인아 미안해', '#우리가 바꿀게', '#동참해주세요' 등의 해시태그를 달면서 가게 주소와 음식 사진, 전화번호 등을 기재해 빈축을 샀다.

지난 5일 인스타그램에는 '정인아미안해' 문구가 적힌 상품을 판매하는 글이 올라왔다. 논란이 일자 게시물은 모두 삭제됐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특히 지난 5일에는 한 캘리그라피 작가가 온라인 쇼핑몰에 '정인아미안해' 문구가 적힌 의류와 에코백, 쿠션, 휴대전화 케이스 등 다양한 상품을 팔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특히 이 작가는 '#정인아미안해', '#정인아미안해챌린지' 해시태그를 첨부하며 상품을 홍보했다.

논란이 일자 작가는 "그냥 단순하게 '정인아미안해' 챌린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목적에서 제품을 제작한 것"이라며 "많은 분들의 질타로 제 생각이 짧았음을 알게 됐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그는 사과문을 올리면서도 '캘리그라피', '감성 글귀' 등 본인을 홍보하는 해시태그를 여러 개 남겨 공분을 샀다.

상황이 이렇자 시민들은 학대를 받다 사망한 정인이의 사망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행위가 도를 넘은 상술이라고 비판했다.

대학생 정모(25)씨는 "아이의 목숨으로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며 "가슴 아픈 사연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정인이를 활용하는 것은 아이를 두 번 죽이는 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아동학대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 어른들이 힘을 모아도 모자를 판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어이없다"며 "아이가 편하게 세상을 떠날 수 있게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날(13일) 검찰은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열린 입양모 장씨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첫 공판기일에서 공소장을 변경하고, 장씨에게 살인죄를 추가 적용했다. 주된 범죄사실에는 살인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이 같은 공소사실에 장 씨는 살인죄 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치사 혐의까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씨의 변호인은 "고의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니다"라며 살인과 학대 치사 혐의를 부인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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