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가 아니라 '빚히트'' 2030의 울분

2030 주식투자 열풍 속
신규 상장 '빅히트' 하락에 울상

'환불 신청자 모임' 등 채팅방
"결국 개미는 철저히 약자
쉽게 돈 벌려다 땅치며 후회"
2030투자 실패 '곡소리'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박준이 인턴기자, 김수환 인턴기자, 송승섭 인턴기자] "주변에서 '떡상(주식가격 급등)'한다고 꼭 사라고 권유해 쉽게 돈을 벌려는 마음에 홀려 돌이킬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30대 자영업자 김진철(가명)씨는 최근 빅히트 엔터테이먼트 주식 6000만원 어치를 사들이고 땅을 치면서 후회 중이다. 빅히트 상장 첫날인 지난 15일 생애 처음으로 주식 투자에 나섰다 빅히트 주가가 연일 급락하면서 낭패를 본 것이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익명 채팅방 '빅히트 환불 신청자 모임'까지 만들었지만 환불은 불가능했다. 김씨는 "순식간에 수천만원을 날려 상실감이 크지만 주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희망으로 '존버(존경받을 정도로 버티기)' 중"이라고 했다.

2030세대의 주식투자 광풍이 역풍을 맞고 있다. 청년들의 주식 투자 자금이 대체로 여유자산이 아니거나, 총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수 있기 때문에 주가변동은 '조바심'을 가져오고 큰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혔던 빅히트에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 상장 직후부터 큰 손실을 본 '청년 투자'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SNS에선 '빚히트(빚+빅히트)'라며 스스로를 비웃는 청년층이 넘쳐나고 있다. 위험자산에 대해 청년층의 지나친 기대감으로 인해 정확한 기업분석이나 거시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큰 투자손실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직장인 이모씨(27ㆍ인천 부평구)씨는 지난달 상장한 카카오게임즈에 투자해 '따상상(공모가 2배+2거래일 연속 상한가)' 경험을 토대로 빅히트 주식도 사들였다. 현재 500만원이 300만원이 됐다. 주식투자 3개월차인 이씨는 네이버와 카카오, LG화학, 애플과 테슬라 등 우량주 위주로 거래해 그동안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빅히트 손실액이 40%에 달하면서 전체 주식투자 실적도 -20%가 됐다. 이씨는 "여자친구가 방탄소년단(BTS) 팬이라 빅히트에 대해 많이 알고있고, 방탄소년단 노래가 빌보트 차트를 석권하는 것을 보고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직장인 홍모씨(28ㆍ서울 동작구)는 빅히트 상장 첫날 10주를 매수했다 20분만에 팔아치웠다. 주당 32만원이던 주가가 29만원까지 떨어지면서 부랴부랴 매도에 나선 것이다. 이씨는 " 사자마자 떨어질 줄은 몰랐다"며 "지금 주가를 보면 아찔하다. 그 때 안나왔으며 주식을 그만둘뻔 했다"고 전했다.

빅히트 주식투자 실패 사례가 잇따르면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지난 16일 '빅히트 주주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140여명이 참여한 이 방에서 한 투자자는 "주식에 '주'자도 모르고 부모님에게 돈까지 빌려 (주당) 30만5000원에 2000만원어치 샀는데 X됐다"고 적었다. 아이디가 '빚히트'인 한 투자자는 "(빅히트) 악재는 방탄소년단의 군대문제였는데 (병역특례 논란은) 이미 다 계획된 거 아니었나"며 "주식시장에서 개미가 철저히 약자라는 것을 '빚히트'를 보고 다시 배웠다"고 썼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식은 가격변동성이 큰 자산인 만큼 다른 자산에 비해 위험성이 상당하다"며 "건강한 투자가 되려면 경제 상황과 정책에 대한 스스로 공부가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묶어놓을 수 있는 자산이 아니라 단기에 현금화해야하는 자산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박준이 인턴기자 giver@asiae.co.kr김수환 인턴기자 ksh2054@asiae.co.kr송승섭 인턴기자 tmdtjq850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부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편집국 박준이 인턴기자 giver@asiae.co.kr편집국 김수환 인턴기자 ksh2054@asiae.co.kr편집국 송승섭 인턴기자 tmdtjq850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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