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미기자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거스름돈을 은행 계좌에 넣어달라고요? 한번도 안해봤는 데…이런 서비스가 있는 지도 몰랐습니다."
'거스름돈 내 계좌로 바로 입금' 서비스가 시행된 지 일주일여가 된 이달 9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미니스톱 편의점에 들른 기자는 생수 한 병을 산 뒤 계산을 위해 현금 1만원을 냈다. 거스름돈을 은행 계좌로 넣어달라는 말에 편의점 직원은 "할 줄 모른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사용법을 인지하고 있는 기자가 "현금카드를 단말기에 꼽을테니 잔돈을 넣어달라"고 하자 직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주문에 응했다. 잠시 후 우리은행 발급 카드로 거스름돈이 입금 처리됐다는 내용의 '거스름돈현금IC계좌입금' 영수증이 출력됐다. 직원은 "이런 서비스가 있는 지도 몰랐다"면서 "거스름돈을 계좌로 입금해달라는 고객을 처음 응대해본다"고 토로했다.
지난 3일부터 전국 미니스톱 2570개 지점에서 거스름돈 내 계좌로 바로 입금 서비스가 시작됐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편의점에서 현금을 내고 물건을 산 뒤 거스름돈을 은행 계좌로 받을 수 있다. 10원, 50원 등 동전만 받아도 되고 한 번에 만원, 하루에 10만원까지 계좌로 입금이 가능하다. 단, 거스름돈을 계좌로 받으려면 은행 실물 현금카드 또는 QR코드ㆍ바코드 형식의 모바일 현금카드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장은 제도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편의점 사장ㆍ직원은 물론 고객들도 서비스를 인지하지 못해 홍보가 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미니스톱 편의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편의점 몇 곳을 다녀봐도 거스도돈을 계좌로 입금할 수 있다는 안내문구나 사용법 알림을 한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현실적으로 서비스 자체가 활성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반응도 많았다. 편의점에 음료를 사러 왔다는 정재영(23ㆍ가명)씨는 "요즘 편의점에서 현금을 쓰는 사람이 있나"고 반문한 뒤 "현금 쓰는 사람들 중에는 카드 사용 내역을 남기기 싫은 이유가 많은데 거스름돈을 은행 계좌로 받으면 기록이 남기 때문에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편의점을 찾은 직장인 설민수(45ㆍ가명)씨는 "거스름돈을 은행 계좌로 받으려면 실물 현금카드 또는 모바일 현금카드를 내야 하는데, 어차피 카드를 낼 바에 카드로 결제하는 게 편하다"며 부정적으로 답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현금 대신 신용카드 사용 비중이 갈수록 높아져서다. 실제 올해 초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 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 모든 연령층에서 현금보유 규모가 감소했다.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비중은 2017년 29.3%에서 지난해 43.7%로 확대됐다.
현금 이용비중(26.4%)을 추월한 것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모바일 거래가 더욱 활성화된 만큼 이같은 격차는 더욱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서비스의 장점도 있다. 현금결제 후 동전이 나오더라도 굳이 주머니에 지니고 다닐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동전을 지폐로 교환하거나 은행계좌로 넣으려면 동전교환이 가능한 은행 지점을 찾아가야 한다. 모든 지점이 동전교환기계를 갖추고 있지 않는데다 일부 은행들은 동전 교환 가능 시간을 오전, 오후 몇시간 정도로 한정해 놓고 있다.
한국은행은 연말까지 이 서비스를 미니스톱 뿐 아니라 현대백화점 및 아웃렛, 이마트24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은행이 주도하고 금융결제원이 업무처리를 위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이번 서비스에는 국내 모든 은행이 참여한다. 현재 농협, SC, 우리, 신한, 수협, 전북, 대구, 경남, 부산, 제주, 농·수협 등이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고 연말까지 기업, 하나, 국민, 산업, 광주은행이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금융사들 입장에서도 수익성에 크게 기여하는 서비스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A은행 관계자는 "금융결제원이 은행 분담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보니 이 서비스 운영을 위한 전산시스템(현금카드 공동망) 구축에 참여한 은행들은 효과 유무를 따지기 전에 무조건 참여하는 식"이라며 "거스름돈이 은행계좌로 들어오더라도 은행 수익에 크게 도움이 되거나 하진 않는다"고 귀띔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