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사전] 소피커(所peaker) - 할말은 한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불편한 것에 소신을 표현하는 소피커의 등장은 내 의견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밀레니얼 세대의 긍정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조선후기 전남 광양 출신의 시골청년 황현은 큰 뜻을 품고 한양으로 올라와 당대 명사들과 문재를 겨뤘다. 문장에 대한 칭찬과 인정이 거듭될수록 실력에 자신감이 붙은 황현은 본격적으로 과거 준비에 나섰다. 그런데 거듭되는 시험 결과를 지켜보니 과거 합격은 실력순이 아닌 재력순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두고 “초시를 매매하던 당초 그 가격은 200냥 혹은 300냥으로 일정치 않다가 갑오년 직전 몇 차례의 식년시에는 천여 냥씩 해도 사람들이 놀라지 않았고, 회시의 경우 만여 냥에 합격이 매매됐다”고 기록했다. 문제는 시험은 물론이고 관직 임용도 거래되는 현실이었다. “왕은 군수 임명에 있어 자리를 자주 팔면 돈이 생긴다 여겨 1년도 안 돼 금방 교체시켰다. 돈을 받고 임명받은 자는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어 부임 즉시 수탈을 일삼았다”고 적은 황현은 이내 “도깨비 나라에 미치광이는 되고 싶지 않다”며 곧 낙향을 단행한다.

소피커는 所(바 소) 또는 小(작을 소)와 Speaker를 결합한 말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불편한 것에 소신을 나타내는 밀레니얼 세대를 가리키는 단어다. 조선시대의 소피커였던 황현은 전남 구례에서 은둔생활 중에도 위태로운 나라 소식을 들을 때마다 자기 뜻을 글로 기록해나갔다. 을사늑약 발표 때엔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통곡만 했고, 우국지사의 자결 소식엔 가슴을 치며 오애시(五哀詩)를 지어 그 넋을 기렸다. 망국의 흐름 속 비통한 마음을 소신껏 적어내린 황현의 절규 속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숨어있었을까. 1934세대의 가치관 조사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소피커들은 자신의 소신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긍정인식이 60% 자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피커들이 세상을 바꿀 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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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례
A: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주세요.B: 야, 왜 빨대 안 챙겨?A: 자, 선물이야. 실리콘 빨대. 바다거북 영상 보고 나니 플라스틱 빨대는 더 이상 못쓰겠다.B: 아, 맞아. 나도 그 영상 봤어. 우리가 먼저 움직여서 조금씩 바꿔나가야지. 빨대 고마워!A: 그래. 소피커가 세상을 천천히, 하지만 조금씩 바꾸는 거니까. 우리부터 실천해보자.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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