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정부가 다주택자 대상의 세 부담을 강화하는 내용의 '7·10 대책'을 발표한 당일 오후 6시 임대사업자등록 접수 창구를 기습적으로 닫았다. 규제 발표 당일 충분한 설명이나 공지 없이 이뤄진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운영하는 임대등록시스템인 렌트홈은 7·10 대책 발표 당일인 전날 오후 배너를 통해 '17시59분 최종 신청 민원까지만 민간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을 받는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 보완 대책을 발표해 단기임대(4년) 및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8년) 제도를 폐지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날(10일) 오전 정부는 민간임대주택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히면서 이미 등록한 임대주택은 의무임대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기존 세제혜택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적용 시점은 '대책발표 다음날인 7월11일부터'라고만 부연했다. 렌트홈을 통해 10일까지 접수를 마치면 '이미 등록한 임대주택'으로 인정이 되는지, 아니면 '승인을 마친' 주택만 인정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안내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임대사업자 등록을 고려해 주택을 매수했으나, 아직 실제 등록은 하지 않은 사례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게 됐다. 2년 반 전 등록을 정부가 직접 나서서 독려했던 만큼 이미 계약된 주택에 대한 임대등록까지는 시간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발표 당일 오후 렌트홈 홈페이지 상단에 접수 종료 2~3시간 전 기습 공지를 한 것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 정부 방침이 적절히 안내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등록 창구인 각 지자체는 제대로 된 공지를 정부로부터 전달받지 못해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기존 임대사업자로 인정받는 조건이 접수일인지 승인일인지 불분명했던데다가, 홈페이지를 통한 접수는 몇시까지 가능한지 역시도 공통된 지침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4~8년 의무임대기간과 세법상 임대기간 기준이 맞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아직 부처 간 협의안을 내놓지 못했다. 단기임대(4년)의 경우 이번에 발표된 정부 방침대로 4년 후 자동해지된다면 비과세 조건인 '5년 간 주택 임대 유지' 조건을 채울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추가 협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전에 고려됐어야 할 부분이 협의를 마치지 않은 채 발표된 것이다.
갑작스러운 임대사업자 대책 폐지가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가 최근까지도 독려하고 제도의 효과에 대해 긍정했던 임대사업자제도를 긴급 폐지하면서 정부 정책과 행정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다만 이 역시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국가가 달성하려는 목적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면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국가가 유도해서 등록을 준비했던 것인데, 단기에 혜택을 줄이고 폐지 절차를 밟는다면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투기수요를 잡기 위해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가 적절한 수단인지는 지금으로서는 알기 어렵고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