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추모' 외 조심스러워…일각에선 '도덕적 문제 중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인 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보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피고소 이후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물러났고, 이번에는 고소가 되자마자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는 점에서 여권의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야권도 극단적 선택의 이유에 대한 언급보다는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

박 시장의 전 비서 A씨가 성추행을 당했다며 지난 8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박 시장은 그 다음날 출근하지 않고 자취를 감췄다. 인권변호사와 시민단체 활동가, 최초의 민선 서울시장 3선의 인생 행보 마지막은 씁쓸한 여운을 남기게 됐다.

여야 정치권은 대체로 추모 외 다른 언급을 삼가고 있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고인의 명예가 있으므로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 시장의 비보는 큰 충격"이라며 "더 이상 고인의 명예가 실추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도덕적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아직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참 어렵고, 고인께서 돌아가신 직후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가 그렇다"면서도 "꼭 박원순 시장이 그렇다, 이런 것을 떠나서 고위 공직자, 광역 자치단체장, 국회의원, 또는 고위공직자 누구라도 개인의 도덕적인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조해진 통합당 의원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경우처럼 현역 광역단체장들이 이런 일로 인해서 중간에 그만 두는 상황이 벌어져서 시민들이 굉장히 실망을 했었다"면서 "그게 사실로 밝혀지게 된다고 하면 전체적으로 뭔가 진단과 반성, 국민들에게 더 이상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한 대책이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은 총선 직후인 지난 4월23일 "최근 한 여성 공무원을 5분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다"며 전격 사퇴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사전에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안 전 지사의 경우 '친문' 대권 주자로 여겨졌으나, 2018년 비서의 폭로가 나왔고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6월을 받아 복역 중이다. 지난 5일 모친상에 따른 형집행정지로 교도소를 나와 장례를 치렀다. 여권으로서는 박 시장의 비보로 또 한 명의 유력 대권 주자를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잃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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