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안희정에 '나도 징역살이 때'…'성인지 감수성' 논란

통일부 장관 내정자, 빈소 발언 논란
피해자 외면한 '가해자 중심주의' 지적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로 출근하던 중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이인영 통일부 장관 내정자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모친 빈소에서 했던 발언을 놓고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전 지사의 고려대 후배이기도 한 이 내정자는 5일 조문을 마치고 "우리 아버지도 제가 징역살이 할 때 돌아가셨다"며 "굉장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가 자신의 옥고를 안 전 지사의 옥고와 동일시하는 것은, 명백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지적이다.

안 전 지사의 수감 이유는 민주화 운동과 일체 무관하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수행비서로 일하던 김지은씨에게 성폭행과 추행을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3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피해자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가해자에게 일방적으로 감정이입해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자신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피해자에게 전달될 수 있는 가능성과 그 메시지의 여파를 고려하지 않은, 가해자 온정주의에 기운 경솔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조국 사태 이후 몰염치와 파렴치가 정치판의 대세가 된지 오래"라면서 "선악의 이분법이라는 동굴에 갇혀 자기편은 언제나 옳다며 감싸고, 남의 편은 언제나 나쁘다며 적대시하는 정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모친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안 전 지사의 빈소에는 80년대 학생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민주당 윤호중 이광재 기동민 박용진 의원, 김부겸 백원우 이규희 전 의원도 빈소를 찾았다.

김부겸 전 의원은 "(안 전 지사가) 여러가지로 어려운 사정인데 이런 일까지 당했으니까 당연히 와야 한다"며 "서로 격려와 위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조화를 보냈다. 빈소에는 문 대통령, 박병석 국회의장, 민주당 이해찬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보낸 조화가 놓여 있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보낸 조화 문구가 걸려 있었고,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양승조 충남지사가 보낸 조기도 눈에 띄였다.

국회 여성 근로자 페미니스트 모임인 '국회페미'는 6일 안 전 지사의 모친상에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지는 데 대해 "정부와 정당, 부처의 이름으로 조의를 표해서는 안 된다"며 조화나 조기 등을 개인 비용으로 처리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료의 모친상을 개인적으로 찾아 슬픔을 나누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안희정씨가 휘두른 '위력'을 형성하는 데에 결코 책임을 부정할 수 없고, 사회정의를 실현하여 공정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전력할 의무가 있는 정치권은 이번 이이 마치 안희정씨의 정치적 복권과 연결되는 것으로 국민이 오해하는 일이 절대 없도록 발언과 행동을 주의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내정자는 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을 뜻하는 386그룹의 상징이자 선두주자로, 민주화 운동을 이끌며 수차례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1987년 5월27일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창립에 참여했다가 그해 6월1일 구속됐다. 1987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으로 선출된 뒤에 집회시위법과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한 차례 더 구속돼 1988년 6월30일 징역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형을 받았다가 1988년 12월21일 특별사면됐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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