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핫피플]'수십만번 테스트 끝에 전문점 수준 평양만두 HMR로 구현해냈죠'

CJ제일제당, ‘비비고 평양만두’ 출시
랩트 푸드팀 정경훈·김진아 연구원 인터뷰

왼쪽부터 CJ제일제당 랩드 푸드팀 정경훈 연구원, 김진아 연구원

[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만두 마니아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슴슴하고 담백하며 큼지막한 외형의 평양만두를 제대로 구현해보고 싶었습니다. 전국 평양만두 맛집을 다니고 여러 레시피를 조합해 최고의 맛을 만들어냈습니다."

냉동만두 시장 1위 CJ제일제당이 새로 출시한 평양만두가 인기다. 평양만두는 피의 지름이 12㎝ 이상으로 크고 다진 김치와 돼지고기, 데쳐서 다진 숙주, 두부로 만든 속을 꽉꽉 채워 넣어 중량이 60g 정도로 무거운 편이다. 심심한, 북한말로 '슴슴한' 맛이 특징이다. 마니아층이 꽤 두텁지만 전문점이 아니면 취급하지 않는 데다 의외로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선 접하기 힘들다.

CJ제일제당 '랩트(Wrapped) 푸드팀'은 전국 각지의 만두를 발굴해 상품화하는 '한국의 만두'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29일 서울 중림동 CJ제일제당 사옥에서 만난 정경훈ㆍ김진아 연구원은 "냉동만두 시장 1위 업체인 만큼 시장을 더 넓히기 위해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며 "시중에서 판매되는 냉동만두 중 평양만두의 맛을 구현하는 제품은 없어 이를 전문점 수준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랩트 푸드팀'은 전세계 만두를 연구하고 새로운 맛을 찾아 개발하는 팀이다. 평양만두 구현을 위해 연구팀이 찾은 전국 만두 맛집은 총 200여곳에 달한다. 하루에 7~8곳의 만두집을 들러 시식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 했다. 먼 곳은 1박 2일 일정으로 만두집을 찾아다니며 꼬박 1년 동안 종일 만두를 먹고 만두 얘기만 했다.

처음 하는 시도다 보니 곳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생산을 앞두고 만두피와 소가 분리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정 연구원은 "수분이 많은 숙주와 두부로 냉동만두를 만들다 보니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였는데, 해결책을 찾아 한 달 내내 고생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평양만두 특유의 약한 간이 맛이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김 연구원은 "평양만두 특유의 슴슴한 맛은 참기름과 참깨를 넣어 고소함으로 극복했고, 고기와 두부 함량을 조절해 두툼하면서도 만두피와 소가 어우러지는 만두를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주 원료인 숙주 특유의 비린내 도 문제였다. 김 연구원은 "데치면 비린내는 사라지지만 숙주 특유의 식감을 잃어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야 했다"고 회상했다.

실제 사람이 손으로 접은 듯 자연스러운 주름을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도 남달랐다. 정 연구원은 "설비로 사람이 만든 듯한 주름의 맛을 살리려면 피배합이 중요한데 거의 2~3톤에 달하는 만두를 만들었던 것 같다"며 "전분, 쌀가루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찹쌀을 넣게 됐는데 자연스러운 주름은 물론 물조리 했을 때 만두가 터지는 현상도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새 목표는 만두를 건강하고 고급스러운 요리로 진화시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만두가 고급요리로 진화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연구원은 "만두가 K푸드 대표주자가 된 만큼 글로벌 만두시장을 주도할만한 히트상품을 기획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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