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의 가을귀]대판 싸우고 헤어진 그, 자기도 살기 위해 그래

류승연 '배려의 말들'

"우리는 몇 가지 단서를 설렁설렁 훑어보고는 다른 사람의 심중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고 여긴다. 낯선 이를 판단하는 기회를 덥석 잡아버린다. 물론 우리 자신한테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 자신은 미묘하고 복잡하고 불가해하니까. 하지만 낯선 사람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영사상가 말콤 글래드웰이 저서 '타인의 해석'에서 밝힌 견해다. 그는 다양한 사례를 거론하며 우리가 진실에 가까워지려면 '진실된 것이다'라는 가정부터 깨부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크게 세 가지를 제시했다.

▲낯선 이에게 말 거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그의 대답을 해석하는 데 지독하게 서툴다는 점에 대해 인정하는 태도 ▲낯선 사람을 보고 곧바로 결론 내리지 않는 자세 ▲낯선 이와 대화할 때 그 내용보다 맥락을 고려하는 노력이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타인의 해석' 감수사에 가장 인상 깊은 구절로 "낯선 이에게 말을 거는 올바른 방법은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하는 것"이라는 글을 꼽으며 다음과 같이 썼다. "낯선 이와 이야기하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가운데 만약 낯선 이와의 대화가 틀어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할까? 그 낯선 이를 비난한다."

'배려의 말들'은 이런 통찰을 삶의 흔적으로 더듬으며 받아들인다. 저자인 류승연 작가는 순수한 선의를 가진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타인의 생각에 공감하며 말하고 행동하고 싶었다. 하지만 상대가 이를 항상 배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깨달음에 무엇이 진정한 배려인지 고민하기에 이른다.

저자는 구체적인 상황들을 떠올리며 타인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 무엇인지, 선하지만 배려 없는 행동이 무엇인지 깊게 고찰한다. 자아성찰은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미운 짓을 해도 예쁘게만 보이는 사랑스러운 핏줄. 그런 아들의 애교를 보고 누군가 이렇게 말했단다. "지도 살려고…." 저자는 말문이 막혔지만 '그럴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쌍둥이로 태어났는데 원래대로라면 딸을 기대했던 부모는 누나를 편애했을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본인은 발달장애까지 있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귀염귀염 열매를 먹을 수밖에!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생존을 위해 필요한 아이템을 본능적으로 장착한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모습은 각자 처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최적의 것일 수 있다. 연락이 뜸해진 친구, 헤어진 연인, 생각만 해도 꼴 보기 싫은 누군가 역시 모두 살기 위해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면 모든 걸 쉽게 단정 지을 수 없게 된다. 오히려 발버둥을 친다고 이해하게 돼 배려하는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그런 자세를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도와주거나 보살피려고 마음을 쓰는데 서툴고 투박하다. 그렇다고 낯선 사람과 대면하는 걸 피할 순 없다. 세상에서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일들 대부분은 과감하게 다른 사람과 말을 터보면서 시작된다. 마음을 열고 새로운 사람과 경험을 받아들이는 게 첫걸음이다.

저자는 모든 관계를 두텁게 하고 그 속에서 자기를 성장시키는 데 관심이 많다. 어떤 마음을 어떻게 써야 할지 끊임없이 생각한 끝에 선한 마음을 가지기보다 타인과 상황에 대해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는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태도를 배려의 시발점으로 본다.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었던 기본적인 도리다.

"사랑하는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우리는 이토록 인색해졌을까. 어쩌다 젊은이의 오만함을 나이든 부모 앞에서 내세우게 되었을까. 지금 내 부모의 모습이 미래의 내 모습일 텐데 말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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