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진료 규제 벽 높은 한국…미국부터 노리는 삼성

혈압 측정 가능한 앱 3분기 국내 출시…미국 FDA 허가 준비중
원격진료 금지 규제로 국내에선 의사 재량으로 참고만 가능
미국에서 기회 찾는 삼성, 현지 병원과 심장재활 프로그램 운영
20대 국회에서도 의료법 개정안 계류…다음 국회 재추진 가능성도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조현의 기자]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만 착용해도 수시로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원격진료가 금지되어 있어 측정 결과로 처방이나 진단을 받을 수 없다. 삼성전자가 미국 진출을 노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은 원격의료가 폭넓게 진행되고 있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삼성 헬스 모니터'의 미국 출시를 위해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삼성 헬스 모니터'의 허가를 받아 국내에서는 3분기 중 스마트폰 앱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갤럭시워치 액티브2 등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혈압을 재는 시간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해서 24시간 동안 혈압계를 써야 하는 환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기술"이라며 "측정값이 정확하다는 것이 입증되면 활용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갤럭시워치 액티브 2에서 삼성 헬스 모니터 앱을 작동하는 모습

◆ 한국 규제 대신 미국서 기회 찾는 삼성= 혈압을 측정할 수 있게 되더라도 혈압 데이터를 진료에 참고하는 것은 의사의 재량이다. 국내에서는 의료법 상 원격진료를 금지하고 있어 의사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료를 하거나 처방전을 내줄 수 없다. 반면 1997년부터 원격의료가 허용된 미국에서는 스마트워치나 모바일 앱으로 측정한 수치를 병원에서 모니터링 하는 것도 가능하다. ICT 기술 발전에 힘입어 미국 원격의료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IBIS월드에 따르면 미국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2019년 24억 달러(약 2조9000여억원)에서 2022년까지 연 9.8%씩 성장해 30억 달러(약 3조 4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FDA 문턱이 높긴 하지만 원격의료 체계가 갖춰져 있어서 삼성으로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36개 종합병원을 보유한 비영리단체인 카이저퍼머넌트와 협력해 '가정 심장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심장질환을 가진 환자가 집에서 기어3나 갤럭시워치로 일일 심박수와 활동을 추적하고, 환자의 운동과 심박수 데이터는 의사에게 전송된다. 병원을 방문하는 번거로움을 줄이면서도 환자가 스스로 상태를 확인하게 함으로써 재입원률을 낮추고 프로그램을 끝까지 완수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21대 국회서 의료법 개정 가능성=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원격 의료가 아주 제한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사실상 불법이다. 의료법을 개정해 원격의료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 허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은 18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후 19대 국회에서도 제출됐지만 의료계와 정치권의 반발로 모두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재추진됐지만 다음 달 말 임기 종료 전까지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다만 여당이 압승한 21대 국회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2016년 개정안이 5월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되면 재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신현영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의료와 ICT 기술을 접목하고 산업화해야 한다"며 법개정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조현의 기자 hone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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