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말은 새가, 밤 말은 쥐가 듣는 게 맞을까?[과학을읽다]

낮보다 밤에 자동차의 소음이 더 크게 들립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선거가 끝났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말 저말 말도 많았습니다. 그 말 때문에 선거를 망친 사람도 적지 않고요. 이럴 때 옛 사람들은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여기에는 '항상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요즘은 새와 쥐가 듣고 말을 옮겼다는 표현보다 SNS가 세상에 알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은 상당히 과학적 근거가 있는 표현입니다.

'소리'는 공기의 떨림이 귀로 전달되어서 느끼는 감각입니다. 북을 치면 "둥~" 하는 소리와 함께 떨리는 느낌이 드는데 그 떨림이 공기를 통해 전달돼 귀로 들어와서 소리를 느낄 수 있는 것이지요.

소리의 속도는 소리를 전달하는 물질, 즉 공기나 물·돌·나무 같은 거의 모든 물질인 '매질'에 따라 달라집니다. 공기 중보다 물 같은 액체에서 빠르고, 돌이나 땅 같은 고체에서는 이보다 더욱 빨라집니다. 또, 소리의 속도는 공기의 온도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소리는 기온이 높을수록 빨라지고, 기온이 낮을수록 느려지기 때문입니다.

다시 설명하면, 소리를 전달하는 매개체, 즉 매질인 공기의 온도에 따라 소리의 속도가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공기 온도가 높을수록 소리 전파 속도가 빨라진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소리는 속력이 빠른 곳에서 느린 곳으로 굴절하는 성질도 있습니다.

낮에는 햇볕을 받아 따뜻해진 땅 근처의 기온이 높고 위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낮아져서 소리가 아래에서 빠르고 위로 올라갈수록 느려집니다. 그러다 보니 소리가 위쪽으로 구부러지면서 퍼져 나가 낮에 나는 소리는 위쪽으로 더 잘 전달되는 것입니다.

복사열에 의해 지면 온도가 높고 위로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소리가 위로 휘면서 공중으로 잘 퍼진다는 말이지요.

이와 반대로 밤에는 땅이 공기보다 빨리 식어서 땅 근처가 더 차가워집니다. 그래서 소리가 아래에서 느리고 위로 올라갈수록 빨라집니다. 밤에는 지면보다 열기가 천천히 식는 상공이 상대적으로 더 따뜻해서 소리가 아래로 굴절해 지표면으로 멀리 퍼진다는 뜻입니다.

비오는 날은 어쩐지 더 번잡스럽고 시끄러운 느낌이 듭니다. 이 또한 소리의 성질 때문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그러다 보니 밤에는 소리가 아래쪽으로 더 잘 전달되는 것입니다. 밤에 자동차 소음이 더 잘 들리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새는 주로 낮에 나무 위나 하늘에서 활동하고, 쥐는 주로 밤에 땅 위에서 활동한다고 합니다. 소리의 이런 성질 때문에 낮엔 하늘을 나는 새, 밤엔 땅에 있는 쥐가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것입니다. 조상들의 표현은 상당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만들어진 셈이지요.

소리는 날씨의 영향도 받습니다. 비 오는 날 대기의 빗방울 때문에 공기 중의 소리가 증폭되고, 빠르게 전달되면서 소음이 더 커집니다. 반대로 눈이 오는 날에는 눈 결정이 소음을 흡수하기 때문에 더 조용해집니다.

밤에는 멀리서 달리는 차 소리가 유달리 시끄럽게 들리고, 비가 오면 뭔가 북적이듯 소란스러우며, 눈이 오면 온 세상이 고요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아시겠지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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