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참사에 코로나까지 치명타…보잉, 현금확보 초비상

지난달 대출받은 138억달러

유동성 확보 위해 모두 인출

737맥스 생산금지에 납품 못해

코로나 확산에 항공수요 뚝…발주취소 잇따라

겹악재에 주가 18% 넘게 폭락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보잉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달 받은 138억달러 규모의 대출금 잔액을 모두 인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이은 추락사고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팬데믹)으로 전세계 항공수요가 급감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현금확보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미 대표기업인 보잉의 유동성 위기는 미국 경제에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보잉이 이르면 오는 13일 대출금 잔액을 모두 인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잉은 지난달 138억달러 규모의 은행대출을 승인받은 바 있다. 보잉은 대출금 전액 인출 등 유동성 확보와 더불어 비용절감을 위해 고용과 불필요한 출장을 동결하고 초과근무 제한 등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보잉이 서둘러 대출금을 확보하려는 것은 생존을 위한 유동성 확보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737맥스 기종 생산이 금지되면서 부채규모가 늘어난데다, 두 차례의 추락사고로 인해 보잉이 배상해야할 금액은 천문학적 단위로 부풀어졌다. 여기에 코로나19의 팬데믹 선언으로 전세계 항공수요가 급감하면서 항공사들의 발주도 속속 취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보잉의 부채규모는 273억달러(약32조 7000억원)에 이른다.

데이비드 캘훈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어려운 시기에 현금을 보유하는 것은 어떤 기업이든 중요하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점은 연이은 추락 참사로 신형 맥스 항공기를 납품하지 못하게 된 게 치명타가 됐다. 앞서 보잉의 주력 모델인 737맥스 기종은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여객기와 2019년 3월 에티오피아 항공 여객기 추락 등으로 총 346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현재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운항이 정지됐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이후 생산도 중단된 상태다. 보잉은 오는 6월 737맥스 기종의 운항재개를 예고했지만 미 연방항공청(FAA)이 안전상의 이유로 이 기종의 배선배치 결함을 지적한 상태다. 이 때문에 운행재개 시점이 더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각국이 입국제한에 나서면서 전세계 항공수요가 급감했다. 항공수요 감소는 항공기 발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보잉은 지난달 에어캐나다 11대를 비롯해 총 46대의 항공기 발주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달 보잉의 항공기 인도실적은 17대에 그쳤다. 보잉은 지난해엔 200대 이상의 항공기 발주가 취소됐다.

세계 최대 항공기 임대회사인 에어로캡홀딩스는 "전세계적인 여행제한으로 항공기를 인도하는 게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연이은 악재에 보잉의 주가도 폭락했다. 이날 CNBC에 따르면 보잉의 주가는 18%넘게 떨어졌다. 이는 1974년 이후 46년만에 최대 낙폭이다. 미 언론은 이날 다우지수 폭락에서 보잉 주가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