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코로나19 한·중 연결 비행기 타보니…마스크 벗고 찜찜한 지문 인식

-찜찜한 입국장 지문 인식…감염여부는 열감지, 건강상태 체크에 의존

23일 저녁 인천발 베이징행 항공기가 베이징서우두공항에 착륙한 후 승객들이 입국심사대 진입 전 건강상태 진술서를 제출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진술서는 이름, 생년월일, 여권번호, 휴대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와 항공편명 및 좌석, 입국전 후베이성 방문 여부, 이상증상 유무 등을 묻는 질문들로 구성돼 있다.

[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마스크를 벗어주세요. 왼손 사지(四指)로 눌러주세요."

23일 저녁 8시20분(현지시간), 인천발 베이징행 항공편을 타고 도착한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 입국장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기줄 없이 한산했다. 지난달 중국 전역으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지금까지 7만7000명의 확진 환자, 2400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중국으로의 입국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산한 분위기로 사람 간 밀접접촉 가능성이 적어 안도했지만 곧바로 "왼손 사지로 눌러주세요"라는 한국어 음성이 들려 순간 멈칫했다.

중국의 방역은 그동안 얼마나 강화됐을까.

입국심사대 앞에서 기자는 마스크를 벗어 얼굴을 보여주고 지문감식 스크린에 왼손 엄지 손가락을 제외한 네개의 손가락을 갖다 댔다. 하지만 스크린에는 누가 언제 갖다댔을지도 모를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스크린을 닦을 휴지도, 지문인식 후 손을 닦을 수 있는 손세정제도 찾을 수 없었다. 앞서 인천공항 출국장에서는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인식한 후 닦을 수 있는 손세정제가 비치됐는데, 중국의 인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실감했다.

인천발 비행기가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후 입국장을 빠져나갈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20분이면 충분했다. 승객들의 움직임이 지체된 곳은 입국장으로 들어가기 직전 마스크와 보호안경을 쓴 직원 두 명이 승객들이 스스로 작성한 건강상태 진술서를 수거할 때가 전부였다.

건강상태 진술서는 이름,생년월일, 여권번호, 휴대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와 항공편명과 좌석, 입국전 후베이성 방문 여부, 이상증상 유무 등을 묻는 질문들로 구성돼 있다. 별도의 사실여부 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개인 신상과 탑승 정보 등을 허위로 작성하더라도 걸러질 가능성은 적다. 발열 확인은 진술서 제출 후 입국심사대로 들어가기 전 열감식카메라가 설치된 통로를 지나가는게 전부였다.

오히려 베이징 공항에 도착해서야 한국의 공항 방역이 철저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지난 15일 베이징발 인천행 항공기로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에는 하얀색 방역복을 입고 마스크와 보호안경을 쓴 직원들이 일일이 승객들의 체온을 체크하고 건강상태 진술서 수거 외에 개별적으로 증상 유무를 물었다. 또 건강상태 진술서에 기록된 한국 휴대폰번호의 진위 파악을 위해 현장에서 직원들이 직접 전화를 거는 세심함도 있었다. 중국에서 온 모든 승객들의 휴대전화에는 보건복지부의 자가진단 어플리케이션(앱)이 설치됐고, 앱을 실행시키자 '위치정보 ON' 표시와 함께 매일 자가진단 항목을 작성해 제출할 수 있는 화면이 나왔다.

코로나19 확산이 전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중국으로 입국한 승객들의 표정은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틈새를 우려하고 있는 듯 대부분 어두웠다. 마스크를 쓴 탓도 있겠지만 지인들끼리라도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대화를 자제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부 승객들은 마스크 뿐 아니라 보호안경, 일회용 장갑까지 끼고 있었다. 우비로 온 몸을 감싸거나 투명 비닐봉지로 머리카락까지 감싸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한편 일주일간 자리를 비운 베이징 내 거주지 현관 앞에는 베이징시 인민정부 외사판공실에서 보낸 통지문 한통이 배달돼 있었다. 베이징시가 지난 1월24일을 기점으로 돌발 공공위생 1급 대응체제를 가동하고 있으니 정부의 각종 방역조치에 적극 협조하고 이상 증상 발견시 신속한 검진과 진료를 받으라는 내용이다.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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