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의 그늘…원자력 인재 '취업 참사'

주요 대학원 원자력 전공생 취업률 11.3%P↓
신규 원전시장 사라지자…민간기업 채용 줄어
원자력 공학과 인기도 추락…산업 경쟁력 악화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문채석 기자] "원자력학과 인기도는 떨어지고 민간기업들은 더 이상 원자력학과 전공자를 채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어요."

2017년 10월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발표 이후 원자력학과 전공자들의 취업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20일 본지가 대학알리미 홈페이지 공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7개 주요 대학원별 원자력 관련 학과 졸업생들의 평균 취업률은 전년 대비 11.3%포인트 하락했다. 6개 주요 대학(학부) 원자력공학과 졸업생들의 평균 취업률 역시 같은 기간 74%에서 66%로 8%포인트 하락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민간 기업들이 더 이상 원자력 전공자를 뽑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우수 인재들의 원자력학과 기피→원자력 분야 경쟁력 악화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1958년 국내 최초로 원자력공학과를 설립한 한양대 대학원 졸업생 취업률은 2018년 90%에서 지난해 81%로 하락했다. 한양대는 최근 석ㆍ박사통합과정으로 입학한 일부 학생들이 박사과정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포기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1979년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원자력공학과를 개설한 경희대의 경우 같은 기간 100%에서 61%로 39%포인트나 떨어졌다. 포항공과대(포스텍)와 카이스트(KAIST) 대학원 졸업생의 취업률만이 각각 34%포인트, 1%포인트 상승했다.

학부 과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세종대 원자력공학과 졸업생 취업률은 100%에서 50%로 반토막이 났고, 한양대와 경희대는 각각 8%포인트, 2%포인트 떨어졌다.

주된 이유는 원전 관련 민간 기업들의 신규채용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균영 경희대 교수는 "원자력학과 인기도가 떨어지면서 입학 가능 성적 커트라인도 하락하고 있다"며 "민간기업들은 더 이상 원자력학과 전공자를 채용하지 않으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허 교수는 "과거에는 ○○엔지니어링, ○○건설, ○○중공업 등 민간기업에서 원자력공학과 졸업생들을 채용했다"면서 "지금은 신규 원전건설시장이 사라지면서 일감이 줄어들어 사람을 거의 뽑지 않는다"고 했다.

대학원 재학생 수도 감소하는 추세다.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를 선언한 이상 더 이상의 연구개발(R&D)은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 때문이다. 민병주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우수한 청년들이 원자력공학을 기피함으로써 원자력계 인력공급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와 동시에 원자력계 인력 구조상 연구계, 산업계, 안전규제전문기관의 전문인력들이 고령화돼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퇴직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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