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談숲]현대차 와이파이 사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사 합의 못해 다시 사용 제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 현대자동차가 울산 공장 와이파이 사용을 제한하자 노동조합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와이파이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와이파이 사용 제한을 두고 사측은 안전 문제를, 노측은 노사 협약 규정 위반을 내세우며 대립하고 있는데요. 소비자들은 그동안 공장에서 와이파이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물론 작업 도중 유튜브 등 동영상을 시청하는 문화가 만연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라는 반응입니다.

지난 2일 현대차는 작업 중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기존에 24시간 사용 가능하던 와이파이 접속을 쉬는 시간과 식사 시간에만 허용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작업 중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등 일부 작업자의 모습이 내부 감사에서 적발되면서 내린 조치였죠.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특근 거부'라는 특단의 카드로 대응했죠. 울산 공장 본관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회사의 일방적인 조치라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1개를 양보하면 10개, 100개를 양보하라고 한다"며 "이번 사안은 단순한 와이파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집행부 교체기를 틈탄 일방통행식 현장 탄압"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생산 차질이 빚어지자 회사가 한 발 물러섰습니다. 제한 이틀 만에 와이파이 접속을 재개하고 노사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기로 한 것입니다. 이후 노사가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지난 24일 밤 12시부터 와이파이 사용은 다시 제한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와이파이 사용이 노사 협상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한국 자동차업계 노사 관계의 고질적 문제점을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회사는 생산성을 높일 방안을 고심하는 반면 노조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절차적 정당성을 먼저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분명 현대차 울산 공장의 와이파이 사용은 2011년과 2016년 노사 간 단체협약을 통해 합의된 내용입니다. 갑작스레 일방적 통보를 한 회사의 태도도 비난받아 마땅하죠.

하지만 이번 와이파이 사태에서 노조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와이파이 파업은 해외 토픽감이다" "업무 중 휴대폰을 반납하는 회사도 많은데 현대차 공장의 관리가 이토록 소홀했다니 실망이다" "유튜브 보며 만든 차는 타기 싫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노조 내부에서도 "와이파이 제한에 주말 특근 거부로 대응하는 게 과연 옳은 행동인지 궁금하다"며 "조합원이라는 게 부끄럽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회사 측이 와이파이 사용을 다시 제한했음에도 노조는 별다른 반응 없이 차기 집행부로 대응을 미룬 상황입니다. 약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 제도와 절차적 정당성은 최후의 방패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가 우리나라 노동계에서 과연 '약자'의 카테고리로 분류되는지는 스스로 한번 되돌아볼 때입니다. 노동계의 맏형으로서 올해 무분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타결의 이정표를 쓴 현대차 노조가 새로운 노사 관계의 지평을 여는 데 선봉에 서면 어떨까요.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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